[기자수첩]

적폐청산 수사, 前정권 복수돼선 안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10 17:31 수정 : 2017.08.10 17:31


문재인정부의 핵심과제인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고조된 가운데 법무부가 10일 고검검사급 검사 538명, 일반검사 31명에 대한 대폭 인사를 단행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좌천인사 등으로 검찰을 떠났던 검찰 간부들에 이어 중간간부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개혁을 위한 인적쇄신 작업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가장 눈여겨볼 대목은 전국 최대 검찰청이자 중요 특수.공안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인사다.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문재인정부 탄생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과 함께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일했던 중간간부들이 대거 입성했다.
우선 특수부 수사를 지휘하게 된 3차장으로는 한동훈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 2팀장이 발탁됐다. '기획.특수통'인 그는 지난해 특검팀에서 삼성그룹 수사 실무를 이끌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피의자 조사를 직접 맡고, 구속기소했다. 특수 1∼4부 중 3개 부서에도 파견검사들이 부장으로 보임했다. 신자용 특수1부장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대 입학.학사 특혜 비리 의혹 등을 수사했다.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을 구속했고, 지난 6월 1심에서 이대 비리 연루자 9명에 대해 모두 유죄판결을 받아냈다.

특수3부장에 임명된 양석조 대검 사이버수사과장도 특검에 파견돼 있다가 복귀하게 됐다. 사이버 증거수집과 분석에 일가견이 있는 그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에 참여했고, 특검팀에 남아 공소유지를 맡았다. 특수4부장에는 중앙지검 특수2부 부부장 출신인 김창진 부장이 보임됐다. 김 부장 역시 삼성그룹 수사에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 부회장 등의 구속 기소에 참여했다. 국정원 정치.대선 개입 수사를 했던 검사들도 중앙지검 공안부 전면에 배치됐다.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이던 윤 지검장과 팀원들이 재회함에 따라 향후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명박정부 고위 인사들을 상대로 한 재수사 가능성도 파란불이 켜지게 됐다. 이번 기회에 확실한 '적폐청산'을 통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과거 정부가 그랬듯 본격적인 전 정권에 대한 보복이 시작되는 것 아닌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수사는 확실한 명분과 방향이 분명해야 한다. '적폐청산'이란 이름하에 전 정권 비리만 부각시켜 선명성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오해를 받지 않게 환부만 도려내는 속도감 있는 수사만이 검찰개혁의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는 길이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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