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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뛰는 파생상품시장] 해외로 간 투자자 잡으려면 상품다양화 필수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9 18:32

수정 2017.08.09 22:27

(중) 해마다 늘어나는 해외파생상품 투자
지수 활용한 파생상품, 수익률 좋아 활기 도는데…
양도소득세율 인상은 파생상품 활성화 걸림돌
[다시뛰는 파생상품시장] 해외로 간 투자자 잡으려면 상품다양화 필수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글로벌 파생상품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최근 코스피지수의 최고가 경신 속에 파생상품시장의 활성화가 기대됐으나 세율이 인상되면서 다시 규제가 강화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시장으로 떠나고 있다.

국내 한 파생 전문가는 "지수가 상승곡선을 타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활용하는 파생상품시장까지 수익성이 좋아지는 등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면서도 "양도소득세율이 기존 5%에서 10%로 늘어나 시장을 활성화키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양도세율 인상 '찬물'

올해 파생상품시장은 거래가 활발해지며 온풍이 불고 있었다.
3월부터 거래승수를 기존 5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내리는 등 진입 장벽을 낮춘 데다 코스피지수가 적정한 변동성과 함께 우상향을 기록한 덕분이다.

하지만 정부가 양도세율을 다시 상향 조정함에 따라 기장의 분위기가 유지될 것인 지는 미지수다.

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6월 하루 평균 주가지수옵션 거래는 335만2858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72.8% 급증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7336억원으로, 전년보다 70.7% 증가했다. 7년 만에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를 벗어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시기다.

문제는 파생상품 수익에 양도세율을 인상한 조치다. 전문가들은 양도세율 인상으로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생상품시장 위축 등을 이유로 5%의 세율을 적용받았는데 이를 10%로 인상할 예정"이라며 "개인의 시장 이탈을 가속화해 유동성 측면에서 부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글로벌 파생상품시장은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장내파생상품시장 거래량은 지난 2001년 28억계약에서 2011년 247억계약으로 8.9배 확대됐다. 거래 종목수로 보면 지난 2001년 512개 종목에서 2011년 2406개 종목이 거래됐고, 2012∼2013년에 증가세가 주춤했으나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 지난해에는 2559개 종목이 거래됐다.

전문가들이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한국경제가 파생상품 활성화를 통해 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거래량 '한국' 축소, '글로벌' 증가

한국 파생상품시장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한국거래서에 따르면 한국 파생상품시장의 거래량은 2001년도에서 2011년 사이 4.53배 증가에 그쳤으나 세계 거래소는 8.91배 성장했다. 이로 인해 전세계 파생상품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거래비중은 30.89%에서 15.73%로 급락했다.

특히 2011년 이후 정부의 규제강화로 파생상품시장의 거래량은 더욱 가파르게 줄어든다. 국내 파생상품 거래량이 정점을 찍은 2011년에서 2015년 사이 거래량 감소율은 79.76%에 달했다. 같은 기간 세계 거래소의 감소율은 1.04%에 불과했다.

2011년 이후 2015년까지 한국 파생상품시장의 거래량 비중은 15.73%에서 다시 3.22%로 더 낮아졌다 국가순위도 2011년 2위에서 8위로 내려갔다. 한국에서 거래되는 상품 수는 2001년 8개 상품에서 2015년 14개 상품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세계 거래소의 경우 512개에서 2559개로 크게 늘어났다.

한때 세계 1위였던 국내 파생상품시장이 축소되자 선물회사 수도 급감, 7년 사이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다. 선물회사는 지난 2009년 9월 말 11개였는데 지난해 9월 말에는 5개로 감소했다.

■국내 떠나 해외로 눈 돌리는 파생상품 투자자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마땅한 투자상품도 적을 뿐더러 규제와 세율 인상으로 해외 파생상품시장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투자자의 연간 해외파생상품 투자액은 2011년 1조3724억달러에서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는 2조8326억달러를 기록했다. 5년 사이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미 1조4161억달러를 기록, 지난해의 절반을 넘었다. 또다시 사상 최대치 경신이 예상된다.

투자자들이 해외 파생상품 투자로 쏠리는 것은 진입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해외파생상품 투자는 최근 시작된 증권사 비대면 계좌 개설을 통해 손쉽게 시작할 수 있다. 위험고지는 팝업창으로 확인하면 되고, 파생상품 거래를 하기 위한 최소비용(증거금)도 국내에 비해 훨씬 적다.

상품의 다양성도 걸림돌이다.
지난해 국내 주가지수 파생상품 거래량 비중은 한국이 68.9%로 미국(30.8%)의 2.2배, 유럽(35.7%)의 1.9배에 이른다. 반면, 상장상품 수는 한국이 31개로 미국(1441개), 유럽(586개), 일본(72개)에 비해 턱없이 적다.


금융당국은 파생상품시장의 다양한 투자수요 충족을 위해 거래종목을 늘리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지는 알 수 없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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