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현장르포] 납작 엎드린 강남권 재건축시장 "살까, 팔까" 눈치싸움만 뜨겁다

윤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9 18:04

수정 2017.08.09 18:04

부동산대책 일주일, 서울 송파.강남 부동산중개업소
하루종일 문의전화만 빗발 정작 매수.매도자는 없어
급매물도 예상보다 안나와.. 추석까진 관망세 보일 듯
정부가 '8.2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지 일주일이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주택시장에서는 대책 여파로 인한 급매물도, 뚜렷한 매수세도 없는 '줄다리기 형국'이 계속되고 있다. 개포동 일대 한 중개업소 알림판에 급전세를 알리는 내용만 붙어 있을 뿐 급매물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가 '8.2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지 일주일이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주택시장에서는 대책 여파로 인한 급매물도, 뚜렷한 매수세도 없는 '줄다리기 형국'이 계속되고 있다. 개포동 일대 한 중개업소 알림판에 급전세를 알리는 내용만 붙어 있을 뿐 급매물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정말 문의전화만 많이 옵니다. 다들 불안한 마음에 전화기 붙잡고 공인중개업소에 문의만 하는거죠. 정작 매수나 매도에 나서려는 사람은 없어요."(서울 송파구 S공인중개업소)

정부가 지난 2일 서울 강남 재건축시장을 겨냥한 고강도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강남 일대에서는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8.2 부동산대책' 발표 일주일째인 9일 서울 송파구.강남구 일대 공인중개업소를 돌아본 결과 매수 타이밍 문의전화는 많았지만 정작 거래에 나서는 매수자를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급매물도 일부 단지에서만 나올 뿐 거의 찾아볼 수 없어 매도자도 매수자만큼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소한 주택시장 비수기인 휴가철(7~8월)과 민족 대명절인 추석(10월) 이후에야 급매물과 활발한 매수 움직임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이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망했다.

■극소수 단지에서만 '급급매물'…오히려 매수 문의만↑

강남 주요 재건축단지로 꼽히지만 아직 사업시행인가를 받지 못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인근 중개업소는 적막감만 감돌았다.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지만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시행령' 예외조항에 적용돼 시행령 개정 전인 내달까지 2년 이상 이 단지를 보유한 이는 조합원 지위양도 등 거래를 할 수 있지만, 이날 문을 연 중개업소는 4곳에 불과했다. 그나마 문을 연 중개업소에는 전화문의가 많았고 중개업소를 방문한 일부 방문객들은 8.2 부동산대책에 따른 대출 여부 등 세금 문제 등을 논의했다.

이 중개업소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급매물이 아직 눈에 띌 정도로 많진 않지만 최근 15억5000만원까지 거래됐던 전용면적 76㎡가 14억9000만원에 급매물로 나왔으며, 매수.매도 타이밍을 묻는 문의전화는 부쩍 늘었다고 한다.

한 중개업소는 "대책 직후라 불안감이 있을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매수자든 매도자든 문의전화만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지난 3일부터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불가능해진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도 대책발표 직후에는 잠잠했던 급매물이 지난 7~8일부터 1~2건씩 극소수로 나오고 있다고 한다.

개포동 일대 A중개업소 관계자는 "어제(8일)부터 '급급매' 물건이 나오는 분위기"라면서 "11억원대에 거래됐던 전용 35㎡가 10억8000만원 선으로 나온 게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초기단지일수록 급매물↓

재건축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재건축 조합설립인가조차 받지 않은 초기 단계의 단지일수록 매수문의 전화만 많고 정작 급매물은 거의 나오지 않는 '비대칭' 현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들 초기 단계의 단지들은 어차피 내년 부활 예정인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적용을 피할 수 없는 데다 이주까지 수년이 걸리는 '장기전'인 만큼 이번 대책만으로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재건축사업이 마무리되면 향후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그 일대 '랜드마크'가 될 수 있는 기대감이 더 커 급매물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중개업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강남구 은마아파트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책 발효 직후 가격이 조금 떨어지는 분위기라 급매물을 찾는 전화가 걸려오긴 하지만 가격이 많이 빠진 물건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서 "그나마 급매물로 볼 수 있는 한 곳은 집주인 개인사정으로 전세를 끼고 파는 물건이라 당장 입주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단지는 재건축 이야기가 나온지 오래되다 보니 어떤 대책이 나와도 현 가격보다 1억원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 더 싼 급매물은 아직 나오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직 재건축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송파구 한양2차와 미성아파트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도 "대책 발표 직후 문의전화를 받느라 저녁 10시가 다돼서 퇴근했다.
문의전화만 많고 실거래는 없다"면서 "보통 강남에서 말하는 급매물은 최소 1억원 이상 떨어진 매물인데, 현재 나온 매물은 3000만~5000만원 정도밖에 떨어지지 않아 매수자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추석 때 아마 전국에서 모인 가족들끼리 이야기하다보면 아파트 가격이 공론화돼 매물 움직임이 좀 생기지 않겠느냐"고 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송파구 한양2차 전용 64㎡는 7억3250만~7억4500만원에 거래됐고, 8.2 대책 직후 이 가격보다 낮은 급매물은 나오지 않았다고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했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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