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한반도 긴장 고조] 트럼프 "北, 화염과 분노 직면하게 될 것"

문형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9 18:00

수정 2017.08.09 22:00

北 "탄도미사일 ‘화성-12’로 괌 포위사격"
北 핵탄두 소형화 성공하자.. 美-北 "전쟁" 등 긴장 고조.. 靑 "위기설에 동의 못해"
북한군 전략군이 9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의 괌도 주변 포위사격 작전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월 15일 보도한 '화성-12'의 시험발사 장면. 연합뉴스
북한군 전략군이 9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의 괌도 주변 포위사격 작전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5월 15일 보도한 '화성-12'의 시험발사 장면. 연합뉴스

북한의 핵개발과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로 미국과 북한의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 및 미사일 도발을 예고하고 있고, 미국이 북한을 타격하는 '예방전쟁'까지 거론되면서 8, 9월 한반도 위기설도 흘러나오고 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운용부대인 전략군이 9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미국을 향해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로 괌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위한 작전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ICBM 탑재 핵탄두 소형화에 사실상 성공했다는 소식이 미국 언론을 통해 보도된 후 북한에 대해 "화염과 분노에 직면하게 될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美, 北 핵.미사일 위협 심각히 인식…강경기류 흘러

휴가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뉴저지주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클럽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은 미국에 대해 더 이상 위협을 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며 "세계가 전혀 보지 못했던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김정은은 정상적 상태를 벗어나 과도한 위협을 하고 있다"면서 "앞서 말한 대로 북한은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며 솔직히 그 강도는 세계가 결코 본 적이 없는 전례 없는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트럼프의 강경 발언은 북한이 소형 핵탄두 제조에 성공했다는 소식과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7월 28일자 미 국방정보국(DIA) 비밀보고서 요약문을 인용, "미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ICBM급 미사일을 포함해 탄도미사일로 운반할 수 있는 핵무기를 생산해왔다고 평가한다"고 보도했다.

장거리를 이동하는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핵탄두 무게를 줄이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전문가들은 핵탄두 무게를 500㎏가량으로 줄일 경우 ICBM에 탑재 가능한 운반체계가 완성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WP는 지난달 DIA의 다른 보고서 내용을 인용,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미 60개에 이르는 핵무기를 손에 넣어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DIA의 정보 판단은 "핵무기 소형화에 수년이 걸릴 것"이라던 기존 평가를 대폭 앞당긴 것이다.

미국 정책연구소인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마크 듀보비츠 소장은 "지금 상황은 다른 전직 대통령 재임기에 비해 위기감이 훨씬 고조됐다"면서 "미국 정부가 보내는 일반적 외교언어가 북한 정권에 먹힌 적이 없었는데 수위가 높은 이번 표현은 미국 역시 위기감을 높이고 군사옵션을 검토 중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北, "美 괌기지 포위사격"…美전략자산에 불안감 느껴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미국의 전략폭격기인 B-1B 편대가 지난 8일 한반도 상공에 전개됐다. 지난 7월 30일 한반도 상공을 비행한 지 불과 9일 만이다. 괌 앤더슨공군기지에서 출격한 이들 B-1B 편대는 동해 상공으로 들어와 내륙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비행하고 괌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9일 "미군이 어제 B-1B 편대를 한반도 상공에 전개한 것은 정례적 훈련 차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은 즉각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군 전략군은 이날 대변인 성명에서 "미제의 핵 전략폭격기들이 틀고 앉아있는 앤더슨공군기지를 포함한 괌도의 주요 군사기지들을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엄중한 경고신호를 보내기 위하여 중장거리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으로 괌도 주변에 대한 포위사격을 단행하기 위한 작전방안을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전략군 대변인은 미국 괌기지의 전략폭격기들이 한반도 상공에 출동하는 것을 두고 "우리로 하여금 미국의 대조선 침략의 전초기지, 발진기지인 괌도를 예의주시하게 하며 제압.견제를 위한 의미 있는 실제적 행동을 반드시 취할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한반도의 긴장관계가 가속화되는 형국이지만 북한의 전략군 성명을 꼼꼼히 따져보면 북한은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 공격보다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될 증원전력에 대한 불안감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화성-12형은 사거리 약 5000㎞의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로 핵탄두 1t 장착이 가능한 것으로 추정된다. 7월 4일 발사된 ICBM급 '화성-14형'보다는 한 단계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미군 본토에 대한 타격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외적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어젠다를 이끌어나가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면서도 "우리 군의 서해 해상사격에 대해 '서울 불바다'를 언급한 만큼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에게 "한반도 위기설엔 동의하지 않는다"면서 "매우 엄중한 상황이기는 하나 위기라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의 상황을 잘 관리하면 어려운 안보상황도 잘 극복할 기회로 삼을 수 있으며 한.미 간의 긴밀한 공조 상황을 감안하면 일각의 '코리아 패싱' 언급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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