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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경기 회복세 과신하다 큰코 다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9 17:11

수정 2017.08.09 17:11

불씨 지펴도 모자랄 판에 증세·부동산 규제 쏟아내
경기 회복세가 약해지고 있다. 수출과 투자 증가세가 소비로 확산되지 못하면서 주춤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문재인정부는 회복세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엇박자 정책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여기에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따른 긴장 고조로 한반도 전쟁위기설이 나도는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 미약한 회복세가 꺾이지 않을까 걱정이다.

주요 기관들의 경기를 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8일 "경기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견고하지는 않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이틀 전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경기개선 추세가 약화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의 역동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하반기에는 수출 둔화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실물경제 지표들도 나빠질 조짐이 보인다. 지난달 수출 증가율은 19.5%로 높은 수준이었지만 반도체(57.8%)와 선박(208.2%)을 제외하면 2.8%에 그쳤다. 반도체 등 한두 개 품목의 이례적 호황에 따른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다. 6월 전 산업 생산은 전월(2.6%)보다 낮은 1.5% 증가에 그쳤다. 광공업 생산은 -0.2%를 기록했다. 제조업 가동률은 71.6%로 8년 만에 최저다. 경기둔화 조짐이 광범위하게 감지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경제회복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올해 세제개편안에 법인세와 소득세 명목세율 인상을 포함시켰다. 정부는 당초 "증세는 최후 수단"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여당이 우격다짐으로 증세안을 밀어붙였다. 법인세율 인상은 기업 투자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회복단계 초입에 들어선 경제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다분하다. 자본시장에 대한 과세 강화는 국내 주식시장이 활력을 잃게 만든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8.2 부동산대책도 마찬가지다. 투기를 잡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 건설경기를 거덜내는 정도까지 가서는 안 된다. 그물을 던져 그 안에 걸려들면 투기꾼과 선의의 거래자를 구분하지 않고 일망타진하는 식의 정책은 곤란하다. 시장은 살리고 투기꾼만 잡는 정책이 돼야 한다. 건설경기가 전체 경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

정부는 증세와 8.2대책이 너무 성급하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증세는 경제 회복이 정상궤도에 들어선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한 쪽에서 11조원짜리 추경으로 불을 지피고 다른 쪽에서 증세로 찬물을 끼얹는 것이 타당한가. 8.2대책도 거칠고 정교하지 못하다.
필요 이상의 공포감을 주어 시장을 얼어붙게 할 이유는 없다. 정부는 경기회복세를 너무 과신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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