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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저출산 컨트롤타워가 진짜 챙겨야 할 일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9 17:11

수정 2017.08.09 17:11

[fn논단] 저출산 컨트롤타워가 진짜 챙겨야 할 일

문재인정부가 향후 5년간의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그 안에는 저출산인구 문제도 포함돼 있다. 만 5세 이하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주는 아동수당을 비롯해 대통령직속 위원회를 상시 기구화하는 정책도 있다. 어디 그뿐인가. 청년일자리 및 주거지원을 출산정책 안으로 끌어들였다. 청년들이 결혼할 맘을 갖게 하는 것부터 본격적으로 챙기기 시작한 셈이다. 국가 인구연구기관도 만들고, 15세 이하 아동 입원비를 국가에서 책임진다는 구절도 있다.


다 좋다. 이전의 어느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재정투자 없이는 출산율을 올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양한 지원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 나가는 것 자체는 틀리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아동투자를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생각을 접어둔 채 생각나는 대로 집어넣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수로(水路)의 안전진단을 제쳐둔 채 수량을 자꾸 늘리면 언젠가는 수압을 못 견뎌 사달이 난다. 가까운 과거의 일로 19대 총선 기점으로 이른바 무상복지 시리즈(무상급식,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등)가 한꺼번에 보육교육 예산에 얹히면서 우리 재정이 한동안 몸살을 앓았다. 결국 가장 약한 고리에서 터져나온 문제가 누리과정 파동이었고, 지난 몇 해 동안 학부모와 보육교육기관에서 겪은 고생은 상기하고 싶지도 않다.

아동수당만 해도 어림잡아 연 3조원가량 들고 무상고교교육(2020년부터 추진)이나 저소득 신혼부부 주거지원금 정책도 제법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 그럼 이 재정은 누가 다 감당하나. 주지하는 대로 문재인정부가 약속한 국정과제는 5년간 총 178조원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데 현재 가시화된 세입정책은 핀셋증세로 들어올 연 6조원가량밖에 없다. 그나마 경기라도 위축되면 뭘로 재정수지 악화를 감당하려는지 아직은 답이 없다. 문재인정부의 각종 복지정책이 대략 다 이런 식인 것 같다. '다른 사업은 모르겠고 이것 하나만큼은 재정확대를 아주 조금 살짝 늘리면서 가볍게 살포시 얹혀 가면 되지'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게 과연 가능할까. 이것이 문제다.

게다가 다른 복지와 달리 아동투자는 앞으로도 한참을 더 늘려가야 하는 분야다. 그것도 계획성을 가지고 소걸음으로 꾸준히 늘려야 한다. 수로의 입수구(入水口)를 점검하지 않은 채 수량만 확 늘리는 정책은 재정수지 악화는 물론이고, 때론 다음 정부의 투자여력까지 앗아가 버릴 수 있어 심각하다. 다른 복지야 돈이 없어 확대를 못 하면 수혜 예상계층의 실망만 감수하면 된다. 그러나 아동투자는 다르다. 지원확대가 이어지지 않으면, 가임계층의 출산동기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당해 연도부터 출산이 줄어드는 문제를 야기한다.
이것이 지난 몇 년간의 교훈이다.

그러니 출산인구정책은 당장의 단품 정책들을 정교롭게 다듬는 것 이상으로 아동투자용 재정을 담보할 물그릇(전용 예산트랙 혹은 목적세 등)을 장착하는 일이 더 소중하고 시급하다 하겠다.
그러나 이번 출산인구대책 어디에도 예산투입의 흐름을 조정하는 사고는 여전히 안 보인다. 이대로 지속 가능할까.

이재인 전 한국보육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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