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자원 없지만 소프트파워가 강한 나라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8 17:20 수정 : 2017.08.08 17:20
세상에는 자원이 빈약한 나라와 풍부한 나라가 있다. 다시 세분해보면 자원이 없는데도 잘사는 나라와 자원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못사는 나라가 있다. 또한 자원이 풍부하지만 못사는 나라가 있고, 풍요로운 자원으로 당연히 잘사는 나라가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나라는 자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계를 리드해가는 21세기 혁신국가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역설적으로 부족함이라는 약점(핸디캡)이 있다는 것이다. 약점을 기필코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상상력을 거대한 혁신으로 만들 줄 아는 노하우를 축적해온 것이다.

2000년을 되돌아 연간 강우량 400㎜의 사막에 자리잡은 이스라엘. 이들은 아직 국가의 울타리도 명확하지 않았지만 무려 건국 36년 전인 1912년, 지중해 연안의 항구도시 하이파에 테크니온대학을 먼저 개교했다. 우리로 치면 KAIST에 해당한다. 자원이 없기에 두뇌의 상상력을 통해 국가를 경영하겠다는 의지의 산물이었다. 테크니온 공과대학은 히브리대학과 텔아비브대학의 산학연계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특허사용료를 많이 벌어들이며 학생의 40%가 창업으로 사회의 첫발을 내딛는 '창업국가'를 만들어 보답했다. 전 세계의 인터넷 보안, 데이터 저장, 인공지능, 제약 물질, 방어무기, 물 관리 면에서 세계의 첨단을 달리고 있다.

에스토니아는 남한의 절반에 불과한 면적에 인구는 130만이다. 1991년 구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없는 자원을 한탄하지 말고 소프트웨어로 국가를 경영하자는 젊은 국가 지도자들의 혜안으로 세계 최초로 모든 학교를 초고속 정보통신망으로 연결,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했다. 인터넷을 이용한 화상전화 '스카이프'가 창업된 후 400여개의 연쇄창업이 성공해 이제는 단위 인구당 창업 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됐다.

경상도 면적에 불과한 네덜란드는 수도권의 12%가 바다보다 낮은 곳에 있다. 그러나 이 나라는 미국 다음으로 세계 농업수출 2위(우리의 25배)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에 실리콘밸리와 그 안에 스탠퍼드대학이 있듯이 네덜란드 와게닝겐에는 푸드밸리가 있다. 세계 170개의 거대한 식품·생명기업 본사나 연구소가 밀집해 있고 거기에 와게닝겐대학이 자리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농업생명 기술이 사실상 여기에서 다른 기술산업과 융합되고 협업해 거대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싱가포르는 도시국가다. 인구는 서울의 절반에 불과하나 1인당 GDP는 6만달러를 훌쩍 넘는다. 국립싱가포르대학은 이미 일본 도쿄대학을 뛰어넘어 아시아 1위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천연자원이 전무한 이 나라에서 인적자원은 경제의 전부다. 끊임없이 외부에서 인재가 수혈되지 못하면 경제의 설 땅이 사라진다. 우리의 KAIST에 해당하는 난양공대는 학사과정의 20%, 석사과정의 50%, 박사과정의 70%가 외국인 학생이다. 매년 파격적 우대조건으로 외국 석학들을 수혈하며 그들이 우수인재를 동반해 입국하는 인바운드 풀을 유지하고 있다.

자원이 없는 나라는 그렇지 않은 나라와 극명하게 달라야 한다.
부족함이 핸디캡이 아니라 오히려 축복으로 바뀔 수 있다. 그것은 상상을 혁신으로 바꾸는 소프트파워에서 가능하다. 소프트웨어를 잘 다루는 국민, 창의적 교육환경, 규제완화, 혁신금융,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청년 등 소프트파워가 강한 나라가 우리의 전략이 돼야 한다.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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