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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위기불감증 한국車, 예삿일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8 17:13

수정 2017.08.08 22:15

통상임금 판결 등 악재 겹쳐.. 이 판에 노조는 파업이라니
한국 제조업을 이끌어온 자동차산업이 동시다발로 터져나온 위기에 휘청거리고 있다. 높은 인건비, 낮은 생산성에 신기술 부재로 수출.내수.생산의 트리플 위기에 몰린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최근에는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판매부진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한국GM의 철수설에 통상임금 소송까지 맞물렸다. '퍼펙트 스톰'에 비견되는 여러 악재 앞에서 자동차기업들은 속수무책인 상태며 노조는 오히려 파업의 머리띠를 묶고 있다.

이달말로 다가온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의 1심 판결은 국내 자동차업계의 존망을 위협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 기아차 노조는 6년 전 "연 750%인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에서 회사 측이 패소하면 3조원가량의 임금지급 부담을 지게 된다. 올 상반기에 786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기아차는 졸지에 적자기업으로 전락하며 현대자동차도 지분법 평가에 따라 1조원가량 손실을 볼 전망이다. 5300여개 협력업체 역시 원청업체의 부실에 타격을 받게 된다. 기아차 소송의 결과는 한국GM의 통상임금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꾸준히 나돌고 있는 한국GM의 철수설도 자동차산업에 큰 위험요소다. 한국GM은 "한국에서 철수할 생각이 없다"고 거듭 밝혔지만 GM 본사 측은 3년간 2조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한 이 회사의 구조조정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을 것 같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이 철수할 경우 임직원 1만6000명과 협력업체 직원, 가족을 포함해 30만명의 생계가 위협받게 된다고 분석했다.

올 상반기 한국차 생산량은 216만대로 2010년 상반기(210만대) 이후 7년 만에 최저치였고, 상반기 수출량은 132만대로 2009년 상반기(93만대) 이후 가장 적었다. 한국은 지난해 완성차 생산국 순위에서 인도에 밀려 6위로 내려앉았고 올해는 멕시코에도 따라잡힐 판이다. 상반기 중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대수는 47%나 감소했다. 주력시장인 미국.유럽에서도 현대·기아차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자동차 노조들은 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대차 노조는 10.14일에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한국GM 노조는 지난달 두차례에 걸쳐 4시간 부분파업을 벌였다. GM 본사는 매년 반복되는 쟁의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
자동차 노조에 위기는 남의 일인 모양이다.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타개책을 짜내도 부족할 판에 파업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일찍이 글로벌 컨설팅업체 매킨지는 한국 경제를 '서서히 뜨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에 비유했다.
뜨거워지는 물속에서 고통을 못 느끼고 죽어가는 개구리라니, 한국 자동차산업이 딱 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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