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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F 결산]'아세안을 우군으로'...北 봉쇄전략 통했다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8 16:26

수정 2017.08.08 16:26

【마닐라(필리핀)=박소연기자】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한국의 성과는 한·미·일 중심이던 북핵 외교에 '아세안'이 행위자로 추가됐다는 점이다. 한·미·일 3자 구도에 더해 전통적으로 북한에 우호적인 아세안 10개국이 우리의 대북정책을 지지함에 따라, 북한의 묵묵부답으로 동력을 잃어가던 문재인 정부의 '베를린 구상'의 불씨도 살릴 수 있게 됐다.

현지에서 북한은 철저히 소외됐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ARF 계기에 중국·러시아 외교장관들과만 만났을 뿐 아세안 국가 중에서는 의장국인 필리핀 외에는 어떤 국가와도 양자회동을 갖지 못했다. 지난 2월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로 예년과 같은 우호적인 분위기를 기대하기 힘들었던 데다 두 차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로 한·미·일의 대아세안 외교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8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들과 브리핑을 갖고 이번 다자회의의 제일 큰 성과로 "우리의 대북정책과 베를린 구상에 담긴 한반도 평화정착 노력에 대해 아세안으로부터 아주 적극적인 지지와 호응을 얻었다는 것"을 꼽았다.


강 장관은 "아세안+1은 물론 아세안+3, 동아시아정상회의(EAS), ARF 계기에 여러 장관들께서 발언을 통해 우리 정책에 대해 명시적 지지를 표명해주셨다. 앞으로 저희가 대북 정책 또 한반도 평화 구축 노력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 많은 동력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리 외무상을 비롯한 북한 대표단이 마닐라에 도착하기 직전 아세안 외교장관들이 도출한 '한반도성명'이 '커튼 레이저(서막)' 역할을 했다면서 "북한으로선 고립된 외교적 입지 절감하는 무대가 된 것으로 생각한다. (북측이)미리 예고한 기자회견에서도 (리 외무상이)회피를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당초 별도 성명 발표시기는 ARF 폐막 후로 조율됐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보다 미리 나와야 한다는 일부 아세안 국가들의 요청에 따라 지난 5일로 성명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외교적 고립의 구체적인 사례도 소개했다. 강 장관은 "북한이 이번에 오면서 많은 국가들과의 양자 회담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세안 측에서 대부분 거부했다"면서 "특히 아세안 외교장관들이 북한과 1대1 양자회담을 하면 메시지가 희석되니 공동의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만큼 북한의 고립은 아세안 ARF 계기로 심화됐음을 저도 물론 느낄 수 있었고 아세안 장관들께서도 그러한 결과 그런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기 위해 공동의 의지를 모은 것 같다"고 밝혔다.

리 외무상이 중·러 외 거의 유일하게 만난 알란 카예타노 필리핀 외교장관도 북한에 핵·미사일 도발 규탄과 대화의 장으로 나오라는 '쓴소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대부분 아세안 국가들이 만남을 거부해 아세안 의장국을 대표해 필리핀 장관이 만나 이(대북 비난)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회의기간 열린 EAS와 ARF에서도 북핵·남중국해·테러 등 3대 안보 현안 중 압도적으로 북핵 문제가 최우선 현안으로 부각됐다고 강 장관은 설명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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