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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가족찾기]“잠깐 잠들었는데…” 44년 前 집 마당서 사라진 딸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7 15:27

수정 2017.08.07 15:27

무려 44년 전이다. 경기 성남시에 살던 전모씨는 집 마당에서 아이들이 뛰노는 것을 보다가 깜박 잠이 들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눈을 떴을 때 전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마당에 있어야 할 딸 전은희양(당시 5세)이 보이지 않았던 것.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은 그 날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7일 경찰청과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충남 서천군에 살던 전씨는 1971년 성남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된다는 소식을 듣고 올라왔다. 성남 수정구 태평동에 터를 잡고 살던 1973년 어느 날 전씨는 시골에 두고 온 은희양마저 데리고 왔다.
전씨는 “산업단지 초창기라 아무것도 없었다. 전부가 허허벌판이고 가건물이 많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사건이 발생한 것은 같은 해 7월 1일. 은희양은 2살 터울 남동생과 집 마당에서 놀고 있었다. 어머니는 잠깐 집을 비웠고 초등학생이던 언니도 학교에 가고 집에 없었다. 여름이어서 방문을 열어 놓고 마당에 있는 아이들을 보던 전씨는 깜박 잠들었다.

이윽고 오후 4시께 전씨가 눈을 떠보니 남동생만 있고 은희양이 보이지 않았다. 놀란 마음에 밖으로 뛰어 나갔으나 딸의 행방은 묘연했다. 당시 전씨가 살던 동네는 개발이 되기 전이어서 집 근처에 아무것도 없었다. 목격자도 없고 흔적도 없었다. 전씨는 “자고 일어나니 은희가 없어져 동네를 뒤져봤는데 보이지 않았다”며 “그때는 교통망도 미비하고 파출소도 드문드문 있어 아무리 노력해도 찾을 길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전씨는 딸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동분서주했다. 경찰과 기관의 도움을 받았고 언론의 도움을 받기 위해 방송에도 출연했다. 비슷한 인상착의의 여성이 있다는 소식에 태국에도 다녀왔으나 허사였다. 사랑하는 딸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서 전씨는 직접 딸을 찾아다니는 것은 포기했다. 이제는 딸이 먼저 자신을 찾아주기를 기다릴 뿐이다.
최근에는 DNA 채취를 통해 유전자검사도 했다. 전씨는 “은희가 이제는 49세가 됐을 것이다.
40여년 만에 찾는 건 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살아있을 것 같은데 먼저 찾아주고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당부했다.

1973년 7월 1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에서 사라진 전은희양(당시 5세). /사진=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1973년 7월 1일 경기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에서 사라진 전은희양(당시 5세). /사진=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제공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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