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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지역안보포럼] 유엔은 돈줄 묶고 아세안은 외교압박…사면초가 北의 카드는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6 17:50

수정 2017.08.06 22:18

美.中과 대북공조.. 강경화 "틸러슨과 공감대"
사드 배치 유감 표하던 왕이.. 北에는 "韓 대화제의 응해야"
아세안과도 협력 강화
北 리용호 도착하기도 전에 아세안 ‘北 규탄 성명’ 발표
北, 中 설득 등 대응카드 주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 여섯번째)이 6일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인터내셔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 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외교수장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핵 문제를 포함한 지역 정세와 한·아세안 관계 강화방안 등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왼쪽 여섯번째)이 6일 필리핀 마닐라 필리핀인터내셔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서 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외교수장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핵 문제를 포함한 지역 정세와 한·아세안 관계 강화방안 등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 마닐라(필리핀)=박소연 기자】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을 둘러싼 외교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를 필두로 미·일 등 북 핵·미사일 발사를 강하게 규탄하는 측이 아세안을 동원해 전격 협력에 나섰고, 중·러도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손을 보태면서 북한이 어떻게 국제사회를 설득할지 관심이 모인다.


기선 제압은 한.미가 먼저 나섰다.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석탄을 비롯해 철, 철광석, 납, 납광석, 해산물 수출을 전면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5일(현지시간)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또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신규 해외노동자 송출도 차단했다.

여기에 출범 초기부터 외교 보폭을 아세안으로 넓힌 덕분에 아세안을 설득, 북한 문제에 대한 별도성명을 내놓는 데도 성공했다. 모두 리용호 외무상이 마닐라에 도착해 국제사회를 상대로 입 한번 떼기 전 일사불란하게 이뤄진 일이다.

미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세안 회원국 지도자들과 북한의 핵 위협 공조를 논의하고 북한과의 관계 단절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도 새 정부 출범 직후 박원순 서울시장을 아세안특사로 보내 북한 핵 위협에 대한 협조를 구했고, 외교채널을 통해서도 정기적으로 북한과의 관계 재고 등을 요청하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아세안과의 관계를 격상하고자 하는 문재인정부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라고 말했다.

■한.미 외교장관 "대북결의 잘됐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6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양자회담을 하고 취재진에게 "유엔 안보리의 신규 대북제재 결의(2371호)의 성공적 채택에 대해서 또 그 과정에서 우리와 긴밀히 협의한 데 대해 평가한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논의 내용이 아주 풍부하고 좋았다"며 "결의 내용에 상당히 중요하고 실질적 효과가 있는 내용이 담겨 있어서 틸러슨 장관도 굉장히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가 북측에 남북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을 제안했지만 북측이 응답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는 "제가 (틸러슨 장관에게) 추가 설명을 드렸다"며 "우리가 대화를 제안했던 취지, 지극히 인도주의적 취지의 이산가족 상봉을 다시 시작하는 문제, 군사적 긴장상태를 관리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 간 접촉 재개 문제에 대해 제가 말씀드렸고 (틸러슨 장관이)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과 중국 왕이 외교부장의 대화 대부분도 북한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할애됐다. 양측은 1시간가량 한국 정부의 사드 추가 배치 결정에 대해 "유감이다" "안보를 위해서다"라는 각각의 기존 입장을 두고 평행선을 달렸지만 북한의 전략도발 반대에는 공감했다. 강 장관은 한·중 외교장관 회동 이후 취재진에게 "왕이 부장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나 '북한이 도발을 중단해야 한다' '한국의 대화 제의에 적극 호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아세안 "北 ICBM 우려" 별도성명

전날 행사 주최 측인 아세안 외교장관들이 리 외무상이 현지에 도착하기 수시간 전 북한의 도발을 우려하는 별도성명을 전격 채택한 것도 대북압박 외교의 일환이다. 아세안 장관들은 한반도 문제 별도성명에서 "7월 4일과 28일 진행된 북한의 ICBM 실험과 2016년 있었던 두 차례의 핵실험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데 거듭 엄중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특히 "우리는 한반도에 긴장을 완화시키고, 대화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할 준비가 돼있다"고도 적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정책 구상을 지지하는 문구로 읽힌다. 그러면서 "북한이 평화, 안정 및 번영이라는 ARF의 비전 실현을 위해 기여할 것을 촉구한다"고 못 박았다.
최근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강력히 주장한 북한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가자격 박탈 요구를 피하는 대신 북한에 '경고의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왕이 외교부장과의 회동으로 외교전을 시작한 북한이 이날 열리는 ARF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주목된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통과와 함께 아세안 측의 분위기까지 겹쳐 위기감을 느낀 북한이 그동안처럼 ARF 의장성명에 주한미군 사드배치 문제, 미국의 '대북 적대시정책'을 지적하는 문구를 반영하려고 시도할지가 관심사다.

ps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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