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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노후 청사와 청년임대주택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6 17:18

수정 2017.08.06 22:35

[차관칼럼] 노후 청사와 청년임대주택

흔히들 관청이라고 하면 왠지 딱딱하고, 권위적인 느낌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청사가 지닌 원래 의미는 이와는 반대다. '廳'은 집을 의미하는 '엄호밑(엄)'과 '들을 청(聽)'의 합자로,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세워 듣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런 청사의 원래 의미를 십분 살려 국민을 위해 활용하는 방안이 적극 추진된다. 정부는 전국의 노후 공공청사를 복합개발해 주거난을 겪는 청년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제공하는 '청년임대주택' 2만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공공청사와 주택을 함께 짓는 것이 아직 우리나라 정서상 익숙하지는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일본, 영국 등 해외에서는 비슷한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도쿄에 위치한 도시마구 청사는 10층 이하에 구청사와 상업시설이, 11층부터 49층까지는 아파트가 있다. 영국 환경식품농무부(DEFRA) 청사도 재건축하면서 신청사와 저렴한 주택을 함께 공급한 바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청사와 주택을 함께 개발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서울 구로구 오류1동 주민센터가 대표적인 예인데 공공임대주택과 주민센터, 도서관 등이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노후 공공청사 부지를 활용해 공공청사와 임대주택, 복지시설, 문화체육시설 등을 복합개발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먼저 사업성이 좋다. 공공청사 복합개발 방식은 기존에 공공청사가 있던 부지에 건물만 올리면 되기 때문에 토지비용이 들지 않는다. 상당수 청사가 저층이기 때문에 고층으로 개발할 여력도 있다. 서울과 같이 지가가 '비싼' 지역에서 청년을 위한 '저렴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기에 매우 유리한 점이다.

출퇴근이 편리한 직주근접 임대주택도 공급할 수 있다. 공공청사는 대부분 교통이 편리한 '도심'에 있기 때문이다. 직주근접 임대주택은 새로운 출발을 위해 매일 학교, 도서관, 직장으로 향하는 청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 주민의 삶도 개선되고, 낙후됐던 동네에도 생기가 돌게 된다.

청사를 새로 짓게 되면 공간이 넓어지고 새로운 시설도 들어오기 마련이다. 워킹맘은 출근길에 공공청사에 있는 국공립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 있고, 지역주민은 문화체육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올해 안에 청년임대주택 1만가구 공급에 착수한다. 이를 위해 전국 4만5000곳에 있는 노후 공공청사의 활용 가능성을 조사 중이며, 연말까지 사업 대상지역을 선정할 계획이다.

청년 임대주택의 양적 공급을 확대함과 동시에 기존 임대주택과는 다른 질적 차별화도 시도한다.
노후 청사 복합개발로 확보하는 청년 임대주택을 창업지원 공간, 예술활동 공간 등과 결합한 소호(SOHO·Small Office Home Office)형 주거 클러스터로 공급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노후 청사의 복합개발을 통한 청년임대주택 공급은 단순한 방 한 칸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30년 된 청사에서 꽃피우게 될 청년 세대의 꿈. 그들의 꿈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 이 나라의 미래이고 희망일 것이다.

손병석 국토교통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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