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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자동차 부진, 사드 탓만 할 일 아니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3 17:17

수정 2017.08.03 17:17

[여의나루] 자동차 부진, 사드 탓만 할 일 아니다

최근 한·미 양국이 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인 사드의 한국 내 배치를 결정한 이후 중국 소비자들의 우리 자동차에 대한 기피 현상이 확대되면서 우리 자동차의 중국내 판매도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의하면 지난해 연말 중국시장에서 월별 20만대 수준의 판매량을 보였던 우리 자동차는 금년 들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면서 5월에는 월별 5만대 수준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일본도 과거 우리나라와 유사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일본 정부의 2012년 7월 댜오위다오(釣魚島·일본명 센카쿠열도) 국유화 조치 발표 이후 중국시장에서 일본 자동차에 대한 부정적 현상이 일어나고 심지어는 일부 일본 자동차 판매점이 중국 시위대의 공격을 받으면서 중국내 일본 자동차 판매가 급속히 감소하였다.

최근의 중국내 우리 자동차의 판매 감소 현상이 과거 일본의 경험과 다른 점은 2012년 중국시장에서의 일본 자동차에 대한 불매운동이 우리나라에 비해 더 격렬하게 일어났으나 실제 중국내 자동차 판매 감소율은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더 높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의 최근 자료에 의하면 일본의 중국내 자동차 판매 감소율은 영토 분쟁 발생 3개월 만인 2012년 10월에 전년 동월 대비 -58.0%의 최대 감소율을 기록한 이후 점차 회복되었으나 우리나라는 금년 4월에 -65.1%의 최대 감소율을 기록한 이후 아직 뚜렷한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차이점은 우리나라 자동차의 중국내 판매 감소가 단지 사드 요인뿐만이 아니고 다른 요인들에도 부분적으로 기인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른 요인들로서는 첫째, 최근 중국 자동차산업의 기술경쟁력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우리나라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혀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국내 우리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은 사드문제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이미 하락을 시작하였고 최근의 사드문제와 중첩되면서 하락 폭이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적으로 볼 때 2014년 9.0%이던 중국내 우리 자동차 시장점유율이 사드문제 발생 이전인 2015년에 벌써 7.9%로 하락을 시작하였고 2016년 7.4%를 거쳐 사드 영향이 본격화되고 있는 금년 1∼5월에는 4.0%로 대폭 낮아진 사실이 이를 잘 말해 준다. 둘째, 중국내 자동차 판매가 종래 대도시 중심에서 중소도시 및 농촌지역으로 확대되면서 중국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과 다목적차량의 판매가 빠르게 증가하는 방향으로 중국 자동차 시장구조가 바뀌고 있다. 셋째, 일본 자동차산업은 중국내 판매 전략을 경쟁국과 차별화하여 고부가가치 대형 승용차 판매에 집중함으로써 상대적으로 판매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중국 자동차시장의 성장잠재력은 매우 크다. 2014년 기준 인구 1000명당 자동차 보유대수는 중국 105대로서 우리나라 399대, 일본 594대에 비해 낮은 수준이어서 중국의 자동차 수요는 앞으로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중국 시장에서 우리 자동차 판매를 지속적으로 늘려가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자동차의 전반적인 고부가가치화 및 차별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중국 소비자 취향에 맞는 차별화된 디자인.설계와 함께 고부가가치 차량의 개발, 품질 및 안전성의 개선 등이 필요하다. 또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 등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는 차종에 대한 경쟁력 있는 제품의 출시와 함께 대.중소도시 및 농촌지역별로 각기 다른 마케팅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국 현지 시장조사 및 연구개발 능력을 강화하여 중국 자동차시장의 구조변화에 순발력 있게 대응하여야 한다.

오상봉 전 산업연구원장·한림대학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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