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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항미원조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2 17:15

수정 2017.08.02 17:15

올해로 북한의 남침으로 발발한 1950년 6.25전쟁이 67돌을 맞았다. 내전이자 국제전인 이 전쟁을 놓고 참전한 나라마다 명칭이 다르다. 유엔군으로 참전한 미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사이에 벌어져 젊은 세대들이 잘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잊힌 전쟁'(The Forgotten War)으로 불리기도 한다.

중국은 '항미원조(抗美援朝)전쟁'이라고 부른다. 미제에 대항해 조선인민군을 도운 정의로운 전쟁이라는 함의다. 북한이 6.25를 '조국해방전쟁'이라고 참칭하는 것 이상의 아전인수다.
홍콩 정치학자 데이비드 추이는 '조선전쟁에서 중국의 역할'이란 제목의 1999년 영국 옥스퍼드대 박사논문에서 이런 빗나간 시각을 통렬히 비판했다. 중국의 기밀자료를 인용해 김일성과 마오쩌둥이 남한이 침략을 당해도 미군이 개입할 리가 없다고 오판하면서 소련과 함께 한국전을 합작했다고 논증하면서다. 중국 공산당의 역린을 건드린 추이 박사는 이후 11년 동안 옥살이를 해야 했다.

지난 1일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90주년 기념식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항미원조 전쟁에서 승리해 나라의 위상과 군의 위엄을 떨쳤다"고 했다. 그가 항미원조를 입에 올린 것은 부주석 시절인 2010년 "(미국의) 침략에 맞선 정의로운 전쟁"이라고 말한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도발에 따라 미국이 대중 제재를 예고하자 6.25를 거론하며 맞불을 놓은 셈이다.

이달 24일 수교 25주년을 앞두고 한.중 관계를 되돌아보게 된다. 양국은 그간 경제와 문화 등 다방면에서 협력을 심화시켰다. 하지만 지난 7월 6일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문재인 대통령 면전에서 북한에 대해 "선혈로 응고된 관계"라고 했다.
혈맹인 북한의 붕괴나 한국이 구심점이 되는 통일을 원하지 않는 중국 지도부의 본심은 불변이라는 뜻이다.

하긴 중국은 자국 내에 한반도 전역이 사정거리인 미사일을 잔뜩 배치해 놓고도 우리의 방어용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문제 삼고 있다.
이런 중국의 패권 본색을 직시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한반도 분단이 고착화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마저 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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