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이구순의 느린걸음

[이구순의 느린 걸음]방통위가 안타깝다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2 17:15

수정 2017.08.02 17:15

[이구순의 느린 걸음]방통위가 안타깝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산업추세에 맞춰 세계 최초로 방송.통신 융합정책을 수립, 집행할 세계 최초의 장관급 부처가 설립됐다.' 지난 2008년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에 대해 자랑스러움과 기대를 담아 썼던 기사다.

이효성 방통위원장 취임과 함께 4기 방통위가 출범했다. 출범 첫날부터 많은 언론이 이효성호 방통위에 걱정과 불안을 쏟아냈다.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가 없는 방통위 정책이 지상파방송, 종합편성(종편) 등 일부 과거형 방송산업으로 쏠릴 것에 대한 걱정이었다. 첫날치고는 야박한 대우를 한다 싶기도 하다.
더구나 따져보니 야박한 소리를 하는 언론들은 방통위의 직접 규제대상들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지상파방송 사업이나 종편채널 사업, 보도기능이 있는 프로그램 공급업체(PP)를 함께 운영하는 언론사들이 대부분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안타깝다. 방통위가 수많은 언론의 지적을 규제대상자의 아우성 정도로 치부해버리면 어쩌나 싶은 생각에….

바른 말이라 하더라도 규제대상이 내놓는 말에는 공평무사의 무게가 실릴 리 없으니, 방통위가 아예 귀를 닫을까 걱정이다. 그러고는 결국 소통 없는 밀어붙이기식 정책에 내몰리면 어쩌나 싶어 안타깝다. 나도 새 방통위 출범 첫날 걱정하는 소리 하나를 보태긴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일하는 회사는 방통위의 직접규제를 받을 사업이 없다. 규제의 이해관계에서는 자유롭다는 핑계로, 말 나온 김에 한마디 더 얹어야겠다. 9년 전 방통위가 출범할 당시부터 방송은 이미 통신과 한몸이 됐다. '옥자'라는 영화가 극장보다 스마트폰에서 넷플릭스의 위력을 높여주는 사례만 봐도 방통융합은 일상이 됐다. 이미 방송이라는 영역구분은 희미해졌고, 동영상 콘텐츠와 플랫폼이라는 산업영역이 자리를 잡았다. 방통위는 이렇게 영역 자체가 달라지고 있는 방송통신 산업을 위해 미래형 정책을 만들라고 설립된 기관이다.

그런데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취임일성으로 "방송을 정상화하겠다"고 한다.
무엇을 정상화하겠다는 말일까. 정상화란 어떤 모양새를 말하는 것일까?

잠깐만 생각해봐도 방통위의 급한 숙제가 한둘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을 한몸에 받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의 개선, 국내 인터넷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규제 해소, 글로벌 인터넷사업자들이 한국 통신사업자에게 한푼도 내지 않는 사업자 간 통신망 사용료 제도 개선, 툭하면 시청자를 놓고 싸움을 벌이는 동영상 콘텐츠의 가치 산정 기준, 무선인터넷 시대에 발신자만 통신요금을 물도록 돼있는 통신요금 원칙 재점검….

이 위원장이 말한 '방송 정상화'는 이 숙제들을 풀다 보면 해법이 따라나오는 것 아닐까 싶다.
과거형 방송에 매달리지 말고, 미래형 방송통신 산업을 보라는 방통위 설립목표를 찬찬히 다시 봐줬으면 한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정보미디어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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