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 칼럼]

기업 엑소더스 유발자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8.02 17:15 수정 : 2017.08.02 17:15

최저임금·법인세 인상, 탈원전
文정부 정책은 고비용 초래, 기업 떠나면 일자리도 없어




#1. 지난달 27, 28일 이틀간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의 호프간담회는 일견 화기애애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이 잘돼야 나라 경제가 잘된다"는 건배사를 했고 "기업은 경제활동을 통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것이고 정부는 정책을 통해 기업의 경제활동을 돕는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기업인들은 일자리창출, 상생협력에 동참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간담회에서는 덕담이 오갔을 뿐 비정규직 제로,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등 당면 현안에 대해선 논의가 없었다.
문 대통령이 '기업의 경제활동'을 어떻게 돕겠다는 건지는 알 길이 없었다.

#2. 간담회가 열렸던 날 섬유업체 전방의 조규옥 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남들 다 한국을 떠날 때 국내 공장에 1300억원을 투자하며 한국을 지켰던 내가 최저임금 때문에 더 버틸 여력이 없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조 회장은 국내 공장 중 3곳을 폐쇄하기로 했다. 앞서 경방도 최저임금 때문에 광주공장 설비를 베트남으로 옮기겠다고 했다. 집권여당과 일부 진보매체들은 "공장 이전은 이미 예정됐던 것이고 최저임금 때문은 아닐 것"이라며 반박했다. 달을 가리키니 손가락을 보는 꼴이다.

문재인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심지어 탈원전 정책에 따른 산업용 전기료 인상 같은 것은 기업의 비용을 늘리는 정책이다. 규제와 반기업 정서도 결국은 비용증가 요소다. 생산비용은 기업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다. 때문에 글로벌 시대의 기업들은 세금, 임금이 낮고 규제가 적은 곳을 찾아 공장은 물론 본사까지도 옮기고 있다.

스웨덴 기업인 이케아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의 본사는 네덜란드에 있다. 네덜란드 법인세가 싸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국민기업인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회사인 엑소르마저 경영권 방어가 쉬운 네덜란드로 본사를 옮겼다. 국가대표급 기업들도 냉혹한 경제논리에 의해 움직인다. '기업인은 국적이 있어도 기업은 국적이 없다'는 말이 맞다.

요즘은 글로벌 기업들의 세금 바꿔치기(Tax Inversion)가 유행이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기업들은 법인세가 낮은 유럽 여러나라에 1조8400억달러(지난해 말)의 수익금을 쌓아두고 있다. 햄버거 체인 버거킹은 캐나다 커피·도넛 업체 팀호튼을 인수하며 본사를 캐나다로 이전했다. 캐나다의 법인세율은 15%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법인세를 35%에서 15%로 내리려는 것이나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수많은 나라들이 법인세 인하 경쟁을 벌이는 것은 결국 투자를 유치하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다. 우리만 '법인세 때문에 기업이 빠져나갈 리 없다'는 근거 없는 낙관론에 사로잡혀 역주행 중인 셈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로 인상하면 삼성전자의 경우 5000억원 정도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삼성전자에는 별것 아닌 액수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순실게이트에 연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됐을 무렵 삼성 내부에서는 "이런 반기업 정서에 시달릴 바에는 차라리 본사를 해외로 옮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았다. 삼성전자 매출과 이익의 90%가 해외에서 나온다. 해외공장을 현지법인화하고 종국에는 본사까지 옮겨 세금을 아낀다 해서 하등 이상할 게 없다.

현 정부는 기업에 비용증가라는 짐을 지우면서도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기업 엑소더스의 봇물이 터질 것이다. 문 대통령 말처럼 기업 없으면 나라 경제가 잘 될 수 없다.

ljhoon@fnnews.com 이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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