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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도 가족이다] 항생제 남용하는 '개공장'서 키운 개고기.. 몸보신 될까요?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31 18:20

수정 2017.07.31 18:20

fn-동물복지 국회포럼 공동 연중캠페인
1.강아지는 음식이 아닙니다
(3) 개고기는 최적의 단백질이라는 믿음
건국대 이치호 교수, 개고기와 혈압 연관성 실험
3일간 섭취한 남성 5명, 당화혈색소 수치 9%.. 정상인 4~6% 감안하면 오히려 혈압 악화시켜
동물자유연대, 케어, 카라 등 30여개 동물보호단체가 지난 7월 초복에 서울 세종대로 서울광장에서 '스톱 잇 2017, 이제 그만 잡수시개' 행사를 열고 개 식용 중단과 동물 생명권 존중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동물자유연대, 케어, 카라 등 30여개 동물보호단체가 지난 7월 초복에 서울 세종대로 서울광장에서 '스톱 잇 2017, 이제 그만 잡수시개' 행사를 열고 개 식용 중단과 동물 생명권 존중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삼복더위에 성질이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속이 따뜻해지고 기운이 생기며 더위를 이길 수 있다는 이유로 보양식을 즐겨왔다. 대표적인 것이 삼계탕과 보신탕이다. 예전 같지는 않지만 아직도 중장년층 이상 고령층을 중심으로 복날이면 보신탕을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으면서 성남모란시장 등 전통시장은 물론이고 지방 곳곳에서 보신탕을 즐기려고 개를 잡는 풍경이 자주 목격되고 보신탕집들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복의 '복(伏)'이 사람 인(人)에 개 견(犬)자로 이뤄진 것을 두고 복날 보신탕을 먹는 전통이 여기서 비롯됐다고까지 주장할 정도다.
이들은 동의보감에도 개고기가 전통 보양식으로 소개됐을 정도로 전통 식문화라고 항변한다. 더구나 학계 일부에서도 고단백식품으로 원기회복에 좋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은 먹거리나 단백질 공급원이 턱없이 부족했던 과거와 달리 각종 음식이 발달하고 관련 의약품도 많아 개고기를 대체할 단백질 공급원이 무수히 많은 만큼 굳이 '가족'의 품으로 들어온 개고기를 먹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국민 10명 중 1명 정도가 개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상황이다. 더구나 개고기로 먹기 위해 이른바 '개공장'에서 길러지는 개는 대부분이 비정상적이고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사육·도살·유통됨으로써 몸보신은커녕 되레 건강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개고기 성분 놓고 공방 가열

개고기 식용에 대한 논란이 날로 거세지는 가운데 개고기의 영양학적 성분과 효력에 대해서도 학계 등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대부분의 현대의학 전문가들은 알려진 속설과는 달리 개고기가 스태미너에 별 도움이 되지 않고 혈압을 악화시킨다고 주장한다.

건국대 이치호 동물생명과학부 교수는 남성 5명을 대상으로 3일 동안 개고기를 섭취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혈압과의 연관성을 조사한 결과 당화혈색소 수치가 실험 전 6.7%에서 9%로 급격히 증가했다. 당화혈색소 수치는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증가하는 데 당화혈색소가 1% 상승할 때마다 혈당치가 평균 30㎎/dL 정도 올라간다. 정상인의 당화혈색소 범위가 4~6%인 것을 감안하면 개고기가 혈압을 악화시키는 셈이다. 남성의 정력과 개고기의 연관성 실험에서도 남성호르몬 수치는 변동이 없거나 되레 떨어진 경우도 있었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개고기는 단백질이 풍부해 간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체력 보강에 도움이 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현대의학 전문가들은 개고기가 다른 육류에 비해 지방 함량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협심증, 뇌졸중과 같은 성인병을 유발할 수 있으며 특히 간경화 환자에게는 되레 독이 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반면 '개고기 박사'로 유명한 충청대 안용복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개고기는 삶으면 풀어지면서 소화가 잘 된다. 소화는 단백질가수분해효소가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는 과정인데, 잘 풀어질수록 표면적이 증가하고 효소가 잘 작용해 흡수가 잘 된다"면서 "개고기는 체하지도 않기 때문에 복날 더위로 지친 사람이나 수술환자 처럼 허약해지고 소화력이 떨어진 사람들에게 의사들이 개고기를 먹으라고 권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무엇보다 개고기는 가축 가운데 다가 불포화지방질이 가장 많아 동맥경화 등 심혈관 질환, 중풍 등을 예방한다"고 지적했다. '동의보감'에도 '개고기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시고 짜다'고 언급돼 있듯이 고단백식품으로 불포화지방 함량이 높아 원기회복에 좋다고 개고기 애호가들은 주장한다.

■사육환경·도축·유통 불결 '건강 위협'

일각의 주장처럼 개고기의 영양학적인 효과를 차치하고라도 개고기의 사육환경과 도살·유통과정 등에서의 위해성으로 인한 건강 위협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개농장에서 개들은 좁은 뜬장에서 각종 질병과 외부환경에 노출된 채 최소한의 음식으로 사육된다. 이런 비위생적인 환경의 작은 공간에 빽빽하게 갇혀 길러지는 공장식 사육 행태는 쉽게 전염성 질병을 유발할 수 있고 전염병 등 각종 질병을 막기 위해 항생제와 각종 약물을 투여한다. 실제로 이른바 식용견 개농장에서는 파보 바이러스, 홍역, 장염, 호흡기 질환 등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농장주는 아무런 제한 없이 고농도의 항생제, 복합 지사제, 스테로이드제 등을 오남용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실제로 개고기에서 중금속과 식중독균이 검출된 적도 있다. 개농장에서의 항생제 사용은 현재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되고 있으며 항생제 내성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항생제 내성이 가장 높은 국가에 속해 있다는 보고도 있다.

그럼에도 보통 사람들은 개고기가 고단백의 보양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축산에 포함되지 않는 농장의 개들에게 무엇을 먹여서 키웠는지 알 수 없으며 검역도 거치지 않아 '보양식'이 아니라 '유해식품'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측은 "복날은 이른바 '보양'을 위해 동물의 희생이 집중되어 있는 시기다.
해마다 최소 100만 마리 이상의 개들이 소위 '식용'을 위해 개농장에서 음식쓰레기를 먹으며 희생되고 있고, 육고기 생산을 위한 공장식 밀집 축산은 '동물의 역습'이라 불리는 가축전염병의 토착화 우려를 낳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소연 동물권단체 케어 대표는 "여름에는 열을 내는 육식보다 열을 내려주는 채식이 건강에 좋다"며"채식은 채소만을 먹는 게 아닌 곡류 위주의 채소를 곁들인 식단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재영 한국고양이수의사회장은 "기술과 과학의 발달로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줄 영양제나 건강식들이 무수히 많다"면서 "개식용 문제는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와 우리 사회가 동물보호와 생명 존중이라는 건강한 사회로 가기 위한 선결과제"라고 주장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기자, 강규민 반려동물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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