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당정, 증세논의 본격화… 秋 "대기업 법인세 인상" 건의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0 22:05

수정 2017.07.20 22:05

여당, 증세 논의 ‘총대’
추미애.김진표.김부겸 등 단계적 조세부담 상향 주장
고소득자 세금 인상도 건의
文 ‘큰 정부론’ 공식화
큰 정부 기반 재정확대 기조.. 국민.가계에 우선 재정 투입
증세반대 기재부엔 "손 떼라"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7 국가재정전략회의 첫날 회의에 참석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진표 전 국정기획자문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왼쪽부터)와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7 국가재정전략회의 첫날 회의에 참석해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진표 전 국정기획자문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이낙연 국무총리(왼쪽부터)와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정부가 5개년 국정계획에서 178조원의 추가 재정투입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증세 논쟁이 불붙었다.

20일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김진표 전 국정기획자문위 위원장 등 여당 의원 출신 장관급 인사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제히 한날 증세 필요성을 공개 주장했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현행 22% 법인세율을 적용받고 있는 소득 2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대해 25% 세율을 적용할 것을 공식 건의했다. 178조원이 투입되는 국정과제 수립 다음날 여당 대표와 여당 의원 출신 장관들이 청와대와 정부를 대신해 총대를 멘 모양새다.


지금까지 청와대 경제팀과 기획재정부 입장은 '증세 없는 복지'였으나 "당이 증세를 건의해옴에 따라 당.정.청이 함께 협의해 가겠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증세' 총대 멘 여당

여당 의원 출신 김부겸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178조원의 공약이행 비용과 관련) 재정당국에서 내놓은 재원조달 방안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면서 "대통령께서 후보 시절, 소득세 최고구간은 조절하겠다 했고 법인세율도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는데 너무 약한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 "국민들에게 우리 경제 현실을 정확히 알리고, 좀 더 나은 복지를 위해서는 형편이 되는 쪽에서 소득세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정직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장관 외의 발언자 중 4명도 증세 필요성에 동의했다.

김진표 전 국정기획자문위원장 역시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참여정부 당시 21% 수준이던 조세부담률이 현재 18% 수준"이라며 "나라가 제 기능을 하고 경제.사회에서 부족한 부분을 잡으려면 단계적으로 조세부담을 올리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오후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아예 문재인 대통령 주재 청와대 회의에 참석해 "세입 부분과 관련, 아무리 비과세·감면과 실효세율을 언급해도 한계가 있는 만큼 법인세를 손대지 않으면 세입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소득 200억원 초과에서 2000억원 미만까지는 현행 법인세 22%를 유지하되 2000억원 초과 초대기업에 대해서는 과표를 신설해 25%로 적용하자"고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추 대표는 이를 통해 2조9300억원의 세수효과가 있을 것이란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했다.

추 대표는 "소득 재분배를 위한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 강화 방안으로 현행 40%로 되어있는 5억원 초과 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42%로 늘려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추 대표가 증세를 언급하기 위해 작심하고 참석한 것 같다"며 "당이 세제개편 방안을 건의해 왔으니 당.정.청이 함께 협의해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여당 의원 출신 장관들도 추 대표의 증세 주장에 공감을 피력하면서 분위기 조성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전했다.

■청와대 "기재부 손 떼라"

현재까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내에선 당분간 증세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으나 여당의 문제 제기가 내심 반가운 눈치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정이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히며 '큰 정부론'을 공식화한 것도 자연스런 연결점이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재정전략회의 보도자료 배포와 관련, 수차례 "기재부는 손을 떼라. 아무것도 하지 말라. 청와대가 처리한다"고 강조, 추 대표와 증세론을 띄우기로 사전 교감을 가졌던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게 했다. 더구나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처음으로 발표하는 자리였기에 기재부로선 놓치기 아까운 공보 포인트였다. 그간 경제팀을 대표해 김동연 부총리는"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은 민감한 문제"라며 유보적 태도를 취해왔다.

실제 정부는 전날까지만 해도 법인세, 소득세 등 명목세율 인상 없이 5년간 178조원의 추가 재원조달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세수 자연증가분이 얼마나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반대가 있어도 증세를 해서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찾기 힘들다"며 "법인세 등 증세를 하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지금부터 물러서면 증세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참여정부 때부터 도입된 국가재정전략회의는 5년간의 예산 증가율과 국가부채, 재원배분 등을 논의하는 자리로 내년도 예산안 수립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날 회의엔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 김태년 정책위의장 등 여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했다.
정당책임제에 따라 정부의 명칭을 '더불어민주당 정부'로 하겠다고 선언한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에 따른 것으로 향후 정부 예산안 편성, 증세 논의에 있어 여당의 입김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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