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4000억 수출사기' 날벼락 맞은 금투업계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0 18:09

수정 2017.07.20 22:18

반도체업체 '메이플세미컨덕터' 수출금융 범죄로 회생 불투명
지분 투자한 NH.미래에셋대우.IBK 등 증권사 대규모 손실
'4000억 수출사기' 날벼락 맞은 금투업계


반도체 강소기업 메이플세미컨덕터의 4000억원대 수출금융 범죄로 금융투자업계의 손실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메이플세미컨덕터 회생이 불투명해지면서 이 기업에 투자한 금융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재 메이플세미컨덕터에 지분을 투자한 증권사는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대우증권, 한국증권금융, IBK투자증권 등이다.

NH투자증권과 큐캐피탈이 공동으로 운용하는 사모펀드는 지난해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형태로 메이플세미컨덕터에 100억원을 투자, 총 11.88%의 지분을 취득했다. 이는 재무적투자자(FI) 중 가장 큰 규모다. 이 펀드는 2000억원 규모로 큐캐피탈, NH투자증권이 GP(운용사)로 국민연금 등이 LP(출자자)로 참여했다.
국민연금은 출자금으로 1400억원을 약정해 가장 큰 투자자다. 이와 관련, NH-PE와 큐캐피탈컨소시엄은 메이플세미컨덕터를 상대로 자금회수를 위해 민사소송 및 기타법적조치 등을 진행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투자금 100억원을 전액 손실로 가정하면 3년 누적 기존 투자수익률이 47.5%에서 38.1%로 낮아질 예정"이라면서 "LP들의 투자손실도 20억원에서 70억원가량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미래에셋대우, 한국증권금융, IBK투자증권 등의 손실도 불가피하게 됐다.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대우는 메이플세미컨덕터 우선주로 2만1429주(지분율 1.78%), 보통주 11만1891주(9.30%)를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보유한 메이플세미컨덕터 지분은 자기자본 투자가 아닌, 미래에셋대우를 통해 자금을 맡긴 고객의 돈이다. 규모는 약 60억원으로 알려졌다.

위플러스자산운용(옛 첼시자산운용)이 2016년 5월 설정한 펀드도 메이플세미컨덕터에 10억원 규모로 투자했다. 이중 한국증권금융이 보통주 1만7000주(1.41%)를 수탁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이어 IBK투자증권이 보통주 8900주(0.74%), IBK중소기업은행이 우선주 5만4540주(4.53%)를 보유하고 있다.

기술보증기금은 2011년 15억원을 투자해 우선주 4만3000주(3.57%)를 가지고 있다.

은행들도 수백억원 규모 피해가 예상된다. 기업은행은 약 200억원, 신한은행은 약 33억원의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은행은 사전에 위험을 감지해 여신을 줄이기도 했다.
SC제일은행은 현장 실사를 통해 부실 정황을 파악했고, KEB하나은행은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통합 과정에서 개별 기업에 대한 여신 한도를 줄이기로 했다는 이유를 들어 대출금을 회수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수출금융과 관련한 재발 대책 없이는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기피 풍조를 만들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번 사태로 인해 문재인정부의 중소벤처 육성 기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며 "대형사들도 초대형IB 진입을 목전에 둔 상황에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좀 더 꼼꼼한 투자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akim@fnnews.com 김경아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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