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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성과없는 대화… 무역전쟁 위기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0 17:58

수정 2017.07.20 17:58

美 "중국 정부가 경제 개입 무역관계 불균형 해소해야"
中 "미국이 첨단제품 팔면 대중 무역적자 축소 가능"
공동성명 도출 실패로 끝나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미.중간 포괄적 경제대화가 '빈 손'으로 막을 내리면서 양국간 무역분쟁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 등 미국 주요매체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중간 포괄적 경제대화에서 양국 최고위 경제관료들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인 끝에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이날 미국 측에서는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윌버 로스 상무장관,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참석했다. 중국에서는 왕양 국무원 부총리.주광야오 재정부 부부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그러나 공동성명 도출에 실패하고 기자회견 없이 헤어졌다.

■美中 무역 협상 '동상이몽'

협상 파행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미국은 이번 대화를 계기로 중국과의 무역불균형 문제를 근본적으로 뒤바꾸겠다는 눈높이에서 접근한 반면 중국은 최근까지 진행돼온 100일 계획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추가로 진전된 논의에 나서자는 입장으로 나섰다. 양국간 근본적 이익을 둘러싼 시각차가 여전해 파행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므누신 장관은 공식행사 시작에 앞서 3470억 달러(약 390조 원)로 집계된 지난해 대중 무역적자를 가리키면서 "중국 정부가 경제에 개입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므누신 장관은 이어 중국시장의 문호를 더욱 개방해 양국 무역과 투자 활성화를 위해 평평한 운동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스 장관도 경제대화 시작에 앞서 "무역 관계 불균형과 시장 접근의 평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무역과 투자 관계 질서를 원점에서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중국 대표단은 타협에 기초한 양국 상생에 초점을 맞췄다. 왕 부총리는 "양측의 모든 차이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대립은 서로에게 더 큰 피해를 가져다줄 수 있다"면서 양국간 입장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자고 분위기를 유도했다.

구체적인 대화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본격적인 협상과정에서도 곳곳에서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측은 중국 금융서비스 시장 접근, 철강 과잉공급, 자동차 무역, 외국 기업의 소유권 한도 등 미국 이익에 부합하는 구체적인 안건을 제시했지만 중국측과 의견일치에 실패했다.

오히려 중국측은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금융시장 개방 일부확대 등 100일 계획 차원의 노력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측 대표인 왕양 부총리는 경제 대화에 앞서 열린 비즈니스 오찬에서 "이들(첨단제품) 제품의 중국 수출을 허용하면 미국으로서도 대중 무역 적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의 수출규제 문제를 파고들었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도 사설을 통해 "미국이 자국의 경쟁력 있는 제품에 대해 수출을 제한하면서 매력이 없는 제품을 중국으로 팔려 하는 것이 현재 상황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반격했다.

■무역분쟁 안갯속…재협상 모색 기대

당분간 양국간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질 조짐이다.

갈수록 늘어나는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빌미로 미국의 중국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당장 무역분쟁의 충돌 접점은 철강업종이다. 미국이 중국산 철강에 반덤핑관세 부과와 수입제한 등 철퇴를 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북 압박을 위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도 동원될 수 있다.


다만 이번 협상에서 양측이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라는 목표에 한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재협상을 앞두고 숨고르기에 들어갈 여지도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1월 예정인 제19차 중국공산당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미국과 불필요한 마찰을 원치 않아 탄력적으로 임할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도 예정돼 있는 등 양국간 대형 이벤트를 기점으로 절충점을 모색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jjack3@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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