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단독] LG전자 ‘4년만에 M&A카드’ 국내 경쟁자 없는 IFEC에 도전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20 17:44

수정 2017.07.20 21:59

IFEC:항공기 기내 엔터테인먼트 및 통신 산업
새 먹거리 찾는 LG의 고민
10년 넘게 준비했던 VC사업.. 미래투자 사업으로 키웠지만 적자 지속에 주주 설득 한계
올초 박일평 부사장 영입 IFEC 강자인 파나소닉 출신
이번 M&A 마무리 되면 루프트한자와 납품계약 유력
[단독] LG전자 ‘4년만에 M&A카드’ 국내 경쟁자 없는 IFEC에 도전

LG전자가 항공인테리어 분야를 신성장동력으로 선택한 이유는 뭘까. LG전자의 인수합병(M&A) 이력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LG전자의 M&A 일지(관계사 제외)는 지난 2013년 HP로부터 스마트TV 플랫폼인 '웹 운영체제(OS)'를 인수한 이후 멈췄다. 지난 4년간 LG전자는 연구개발(R&D) 중심의 혁신에 집중했다. R&D의 중요성도 그렇지만, M&A 실패에 따른 '승자의 저주'를 경계한 탓도 있다.

같은 해 출범한 LG전자 VC(자동차부품)사업본부는 현재 기준 R&D 기간까지 합쳐 거의 10년 이상을 준비한 신성장동력이었다. 아직도 적자 신세이지만, 가전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비교할 때 한발 앞선 LG전자의 미래 사업이자 차별화 전략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삼성전자가 전장 인포테인먼트 1위 업체인 하만을 인수한 후 상황은 바뀌었다. 국내 M&A 역사상 최대금액인 9조3000억원을 투자한 삼성전자가 어느날 갑자기 전장 공룡이 된 것이다. LG전자가 지난 10여년 동안 R&D에 흘린 땀방울이 퇴색되는 순간이었다.

2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2.4분기부터 당장 하만의 지분 이익을 통해 3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LG전자는 더 이상 주주들에게 미래 투자사업이라는 핑계를 댈 수 없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LG전자의 항공기 기내 엔터테인먼트 및 통신(IFEC)시스템사업 진출은 이를 위한 묘수로 풀이된다. LG전자의 VC사업은 IFEC사업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지난해 IFEC 전담팀(TF)을 신설, 물밑에서 항공부품시장 진출을 타진했다. 특히 4년간 없었던 M&A도 시도했으나 성사시키진 못했다.

다만 TF는 M&A를 위한 리뷰를 꾸준히 해왔고, 현재 특정업체 인수와 관련해 완료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전언이다.

LG전자는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사와 납품계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관계자는 "M&A만 성공하면 곧바로 루프트한자에 납품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사업모델이 비슷한 파나소닉을 주목했다. 가전 명가였던 파나소닉은 현재 전기차배터리, 광대역 항공안테나, IFEC사업 등을 통해 기업간거래(B2B) 강자로 우뚝 섰다. 파나소닉은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쇼에서도 IFEC 제품을 전시하는 등 글로벌 IFEC 물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LG전자가 올 초 영입한 박일평 부사장의 독특한 이력도 IFEC 시장 진출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박 부사장은 파나소닉에 입사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상무로 스카우트됐고, 이후 하만의 최고기술책임자(CTO)까지 지냈다.

국내에 경쟁자가 없다는 것도 기회다. 국내 업체가 없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주요 항공사는 전량을 해외 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캐나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업체들이 이 산업을 장악 중이다.

대한항공은 2005년 6년간 49대 항공기에 3600억원의 항공기 좌석 업그레이드 사업을 실시했고, 아시아나항공 또한 2006년부터 3년간 약 1000억원을 투입해 신형 비즈니스석을 도입했다. 아시아나항공의 A380 기종과 대한항공의 코스모 스위트 등도 모두 해외 업체가 도맡았다.

특히 LG전자가 시장 진출을 노리는 IFEC의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모두 파나소닉과 납품계약을 맺었다.

항공기 인테리어산업의 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17조원가량이다. 연간 12.5%씩 성장해 2020년에는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20년간 항공기 수요는 3만2600대로 추정된다. 이 중 40%(1만2810대)가 아시아 수요로 파악된다.

민간연구소 한 관계자는 "항공기 인테리어 관련 통계가 국내에 존재하지 않을 정도"라며 "세계 최대 규모인 독일 함부르크 항공기 인테리어 엑스포에도 국내 기업은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매년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항공우주산업 동향을 발표하고 있지만 기체나 엔진과 같은 분야와 달리 인테리어 산업은 따로 조사하지 않는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항공기 인테리어 산업 중 우리가 잘할 수 있는 3대 분야로 IFEC시스템, 좌석,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제시하기도 했다.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항공기 인테리어 시장에서 국내 업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공동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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