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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금의 역할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9 17:21

수정 2017.07.19 17:21

[fn논단] 금의 역할

사람들은 금을 좋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금으로 된 반지나 목걸이, 시계 같은 장신구를 한두 개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인류가 가진 금에 대한 애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우 일관성있게 나타나는데, 이집트의 피라미드,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 유적, 페루의 잉카 유적지에서 발견되는 유물들을 살펴보면 지역에 관계없이 우리의 선조들이 황금을 얼마나 귀히 여겼는지를 알 수 있다.

인류가 금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금의 희소성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뭔가 충분치 않은 느낌이다. 사실 금보다 희소성이 있는 물질은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그렇지만 금처럼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물질은 드물다.
금은 열전도성과 전기전도성이 매우 뛰어나고 녹이 슬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지만 귀금속 장신구의 제작이나 일부 전자산업을 제외하면 산업적 활용도도 크지 않다. 물론 색깔과 재질이 유려한 점은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이러한 장점을 감안하더라도 금은 역사적으로 매우 특별한 대우를 받아온 물질임은 분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반지나 목걸이의 형태로 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금은 금괴(gold bar)의 형태로 만들어져 중앙은행의 저장고나 갑부들의 금고에 잠들어 있다.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곳이다. 적절한 통화정책의 집행을 위해서 자국의 화폐나 외국의 화폐(예를 들어 달러, 엔, 유로, 위안 등)를 일정량 보유하는 것은 필요한 행위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중앙은행 보유자산 목록에는 금이 빠지지 않는다. 2015년 말 기준으로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는 8133t, 독일 중앙은행은 3381t, 국제통화기금(IMF)은 2814t, 중국 중앙은행은 1722t의 금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은행의 금 보유량은 동일시점 기준으로 104.4t이라고 한다.

많은 중앙은행이 아직도 대규모로 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은 1944년에 합의된 브레턴우즈 협정에 의해 금의 화폐적 기능이 미국 달러에 의해 전면적으로 대체되었지만 금이 가지는 화폐로서의 역할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임을 시사한다. 금이 가진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가치저장에 관한 것이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지폐도 동일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런데 지폐의 가치는 통화정책의 방향성이나 경제의 건전성에 따라 크게 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돼온 유럽의 양적완화로 인해 유로화의 가치에 의구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천문학적 수준의 미국 재정적자와 경상적자 규모로 인해 달러화의 가치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한 걱정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금의 가치는 지폐에 비해 훨씬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다. 선진국의 중앙은행들이 꾸준히 금 비축량을 유지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금의 안정적 가치저장 기능은 개인들에게도 중요한 의미를 갖지만, 높은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가지고 있는 중앙은행에 더 큰 시사점을 가질 것이다. 외환보유액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서는 다양한 통화로 분산해서 관리하는 것이 유리하며, 당연히 금의 비중도 적정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최영 장군이 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말씀을 남기셨지만 불확실성이 높은 현대의 금융시장에서는 금을 귀히 여길 줄 아는 혜안도 필요해 보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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