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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장병 안전보다 사업이 우선인 軍

문형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7 17:36

수정 2017.07.17 22:04

[현장클릭] 장병 안전보다 사업이 우선인 軍
최근 감사원이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이 비행안전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는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작은 오차만으로도 탑승원이 사망하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장병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감사원이 지난 16일 공개한 감사결과에 따르면 수리온에 탑재된 701K엔진을 제어하는 통합디지털엔진제어기(FADEC)는 군용장비의 신뢰성을 위해 갖춰야 하는 '국방규격'에 대한 검증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실제로 수리온은 2012년 전력화 이후 2015년 엔진계통 이상으로 두 차례나 불시착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수리온 4호기가 추락해 대파되는 사고도 있었다.

군용장비의 안전성 문제는 무기 체계뿐만 아니라 장병의 생명과 직결되는 방호장비(전력지원물자)에서도 제기됐다.

지난 5월 28일 기자는 신형 다목적 방탄복 측면 방탄판의 국방규격 변경이 방탄성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신형 다목적 방탄복은 지난해 북한군의 철갑탄(徹甲彈)을 방호하지 못한다는 감사원 감사에 의해 생산업체인 삼양컴텍이 사업에서 배제되고, 육군의 관련자들이 구속됐다. 결국 사업은 '방탄성능' 강화 요구에 의해 올해 재추진됐다.

방탄복 사업을 추진한 육군 전력지원단과 육군군수참모부는 전.후면 방탄판에 대한 방호력만 보완하고 측면 방탄판은 착용자가 불편해한는 이유로 측면 방탄판의 국방규격을 변경한 뒤 사업을 추진한 것.

방탄복 사업이 중단됐다 다시 추진된 목적은 방탄복의 착용감 개선이 아닌 방호력 보강이었다. 그러나 군 당국은 사업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것인가. 군 당국은 방탄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장병들의 착용감만 우선 고려했다.

본지가 입수한 비공개 군 내부자료에 따르면 군 당국은 측면 방호력 저하를 인지했음에도 신형 방탄복 2만4000여벌을 추가로 구입한다는 방침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장병이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사업을 강행한 것은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라는 거센 비난도 쏟아졌다.


방산비리와 사업결함에 대해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장병 목숨을 담보로 추진하는 사업"이라며 국민권익위에 신형 방탄복 사업을 고발했다.

징병제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선돼야 할 것은 국가에 헌신한 뒤 소중한 시민으로 살아가야 할 장병들의 안전이다.
장병들의 안전을 뒷전으로 하는 군당국의 조치가 씁쓸하다.

captinm@fnnews.com 문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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