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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스포트라이트 '문자폭탄' 표현의 자유인가, 그릇된 폭력인가] 형사처분 가능한가?… 법적 절차 논란 

김유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3 17:20

수정 2017.07.13 17:20

(3) 형사처분 가능한가?… 법적 절차 논란 
개인정보보호 △
전화번호 노출시킨 자는 처벌 가능하지만 노출된 전화번호 이용자는 처벌할 수 없어
공무집행방해 ○
고의적.조직적으로 계속되는 문자로 인해 정상적 업무 못할때 공무원 업무방해 해당
명예훼손.모욕 ×
친고죄 해당… 피해자 고소 있어야 수사 가능.. 개인 휴대폰으로 받아 전파성.공연성 없어
문자폭탄의 수위가 점차 높아지면서 그동안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정치권도 강경한 입장으로 태도를 바꿨다. 자유한국당은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문자폭탄 수만 건 중 욕설 등이 담긴 메시지를 추려 총 153건에 대해 검찰에 고발했다. 야권에서는 문자폭탄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며 이른바 '문자폭탄방지법' 입법도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이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실제 사법처리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문자폭탄은 불특정 다수가 특정인에게 문자를 퍼붓는 형태다. 특정인이 고의성을 갖고 문자로 괴롭히는 것과는 차이가 있어 혐의 적용 및 입증이 쉽지 않다.
지속적으로 업무를 방해한다거나 특정 세력을 위한 조직적 행위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욕설이나 비방이 아닌 경우 문자 발신자 개개인들을 형사처분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당이 고발장에 적시한 혐의는 문자폭탄 발신자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 공무집행방해죄, 형법상 협박죄 등 3가지다.

■공무집행방해는 가능한데, 개인정보보호법은 '글쎄'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욕설이나 비방이 아닌 경우 문자폭탄을 사법처리 대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룬다. 특히 전문가들은 문자폭탄의 대상이 주로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국회의원은 민의를 대변해서 의정활동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국민의 의사표현을 감수할 의무가 있어 일반 국민들과는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천일 노영희 변호사는 "문자폭탄은 국회의원한테 국민이 표현하는 방식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다만 심한 욕설이나 인신공격, 가족에 대한 위해 언급 등이 담긴 문자를 보냈다면 당연히 처벌 대상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자폭탄 발신자에 대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적용하는 것에도 논란이 따른다. 전화번호라는 개인정보를 노출시킨 당사자에 대해서는 가능할지라도 노출된 번호를 이용한 모든 발신자를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선거 때가 되면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문자를 보내면서 반대로 자신들이 받는 문자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무법인 이경 최진녕 변호사는 "전화번호를 취득한 경로에 대한 수사는 해봐야 하지만 그 번호를 받아서 문자폭탄을 보낸 것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며 "이것이 문제가 된다면 반대로 선거 때 국회의원들이 국민들한테 문자를 보내는 것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의적, 조직적으로 피해자를 방해하기 위해 문자폭탄을 보낸 정황이 있을 경우에는 업무방해 또는 공무집행방해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노 변호사는 "휴대폰을 이용해 다른 업무를 해야 하는 사람에게 업무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롭히는 경우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며 "그 정도나 횟수, 내용 등에 따라서 완화된 형태의 폭행으로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최 변호사도 "여러 사람이 조직적으로 문자를 보내 정상적인 업무를 못하게 할 경우 업무방해"라며 "특히 폭행 또는 협박으로 공무원의 업무를 방해하면 공무집행방해가 성립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강조했다.

■사법당국 수사 쉽지 않아…명예훼손.모욕 적용 어려워

현재 사법당국에서 수사 중인 문자폭탄 관련 사건은 한국당이 검찰에 고발한 1건뿐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에서 수사 중인 문자폭탄 관련 사건은 한 건도 없다.

경찰이나 검찰은 수사기관이 먼저 사건을 인지해 수사에 착수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도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등은 피해자의 고소.고발이 없으면 수사기관이 먼저 나서기 쉽지 않다. 모욕죄는 친고죄라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만 수사가 가능하다. 명예훼손의 경우 반의사불벌죄라 고소.고발 없이도 수사에 착수할 수는 있지만 피해자 협조 없이 수사를 진행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경찰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문자폭탄이 왔다는 말은 하지만 (수사에)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말만 할 뿐 고소하지 않고 자료 제출 등을 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며 "피해자가 나서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자폭탄 피해자는 일반인, 연예인들도 많다. 그런데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사를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누가 됐든 피해를 봤으면 정식으로 수사를 요청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문자폭탄의 경우 명예훼손이나 모욕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문자폭탄이라는 것이 개인 휴대폰으로 받은 것이기 때문에 전파성, 공연성이 없기 때문이다.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특정인에 대한 모욕적 표현, 공연성 등이 인정돼야 하며, 명예훼손 역시 공연성, 특정인에 대한 사회적 가치평가의 저하 등이 인정돼야 한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개인의 피해 내역을 수사기관이 인지해서 접근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더구나 개인 전화로 받은 것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성립 여부는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스포트라이트팀 박인옥 팀장 박준형 구자윤 김규태 최용준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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