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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나루] 소프트웨어 교육에 미래 있다

김충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13 16:58

수정 2017.07.13 16:58

[여의나루] 소프트웨어 교육에 미래 있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68년 미국. 10대 초반의 두 소년은 각기 다른 곳에서 새로운 세상을 접한다. 수학교사로부터 컴퓨터라는 기기를 소개받은 것이다. 그들이 접한 컴퓨터는 주컴퓨터(메인프레임)에 모뎀으로 연결돼 간단한 수식처리가 가능한 제품이었다.

두 소년은 코딩을 통해 함수그래프를 그릴 수 있고 자신이 상상했던 게임까지 만들 수 있는 컴퓨터에 푹 빠졌다. 이후 한 소년은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했으나 학업을 중단하고 1975년 회사를 창업해 누구나 쉽고 저렴하게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운영체제(OS)를 만든다. 다른 소년은 조국이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하자 고국으로 돌아가 전 세계 최초로 소프트웨어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전 세계가 감탄하는 창업대국으로 만든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최근 방한한 토마스 헨드리크 일베스 전 에스토니아 대통령의 이야기다.

또래 10대와는 색다른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한 사람은 세계 최고의 기업을 일궜다. 또 다른 사람은 독립했지만 가난했던 조국의 발전을 위한 토대를 쌓았다. 10대 때의 교육을 통한 경험은 한 사람의 미래를, 더 나아가 한 나라의 미래를 바꾼 셈이다. 게이츠 회장이나 일베스 전 대통령이 10대 때 컴퓨터를 접하지 못했다면, 그 당시 일부 과학자들만 접할 수 있던 코딩을 학생에게 가르친 탁월한 교사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이들의 인생은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일베스 대통령은 "중학생일 때 총 12명의 학생이 코딩을 배웠는데 나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은 모두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고 회고했다. 청소년기의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하는 사례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암기력을 바탕으로 지식을 쌓고 틀리지 않는 사람들이 높은 평가를 받는 식이었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18세기엔 산업인력을 배출하기 위해 시작된 암기, 계산 위주의 교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지금은 암기력보다 창의력이 더욱 중요하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구현하는 자의 세상으로 바뀌었다.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하는 도구는 바로 소프트웨어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를 선포하고 내년부터 초중고 소프트웨어 의무교육을 실시한다. 우리 청소년들이 이 교육을 통해 남이 만든 게임에 중독되지 않고 자신만의 게임을 만드는 데 중독됐으면 한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어줄 코딩에 푹 빠지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두 소년에게 기꺼이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해준 선생님들처럼 책임감 있고 실력 있는 교사의 양성이 절실하다.


연간 초등학교 17시간, 중학교 34시간에 불과한 소프트웨어 교육시간을 알차게 이용할 수 있는 교재 및 강의 개발도 시급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자원 보유 여부가 아니라 얼마나 창의적인 인재를 보유하느냐에 따라 기업, 국가의 운명이 결정된다.
소프트웨어 교육이 우리 청소년들의 창의력을 키우고 실현시키는 4차 산업혁명의 불씨로 작용하기를 바란다.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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