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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파트 주차장 개방.. "보안 취약" vs. "관리비 감소"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9 17:29

수정 2017.07.09 17:29

9월부터 외부인에 낮시간 유료개방
입주자 대표회의서 결정하면 준공영주차장으로 운영 가능
"입주민 공간 줄고 보안 취약" vs. "관리비 낮아지면 괜찮아"
#. 평일 점심시간에 서울 마포구 홍대 근처의 단골 맛집을 찾은 A씨. 도로변에 있는 맛집에는 주차가 되지 않아 한참을 떨어진 공용주차장에 겨우 주차하고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A씨는 "홍대 근처에 올때면 근처 아파트에 방문자처럼 주차를 할까하는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고 털어놨다.

#. 홍대 인근에 있는 한 아파트의 경비원 B씨는 방문증이 없는 차량을 확인하러 다니는 게 일과다. 언제부터인가 홍대 앞을 찾는 사람들이 방문객인 것처럼 아파트 주차장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 B씨는 "외부인이 주차한 차들 때문에 입주민들의 항의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도심 주차난 해소를 위해 낮시간 동안 '아파트 주차장 유료개방'을 추진한 가운데 제도 도입 찬성과 반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가 도심 주차난 해소를 위해 낮시간 동안 '아파트 주차장 유료개방'을 추진한 가운데 제도 도입 찬성과 반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처럼 도심의 주차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정부가 최근 낮시간에 한해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을 유료로 개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 아파트 주차장을 영리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불법이었다. 하지만 지난 2월 제11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주차공유산업 투자여건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국토교통부가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이르면 오는 9월부터 아파트 주차장의 유료개방이 가능해진다.

■아파트 주차장 유료 개방? 냉소적 시선

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낮시간 주차장을 유료로 개방하자는 취지는 만성적인 주차난으로 교통불편과 주민 갈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주차난의 원인이 주차장의 수급이 시간대별로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낮시간 유휴공간으로 남아 있는 아파트 주차장을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결정하면 지자체와 협약을 통해 준 공영주차장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본격적으로 제도가 시행되진 않았지만 아직은 냉소적인 반응이 많다. 아파트 주차장을 공개한다는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경기 부천에 사는 이모씨(35)는 "외부인들에게 공개했다가 정작 주차해야 할 때 자리가 없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면서 "낮시간에만 허용한다지만 차주들이 차를 빼지 않으면 입주민들이 주차할 공간이 줄어드는 셈"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마포구의 윤모씨(38)는 "낮시간 비어있는 주차장을 활용하겠다지만 사실 낮에 아파트 주차장에 비어있는 자리가 많지 않다"면서 "무엇보다 보안이 제일 문제"라고 부정적으로 답했다. 주말에만 차량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많기 때문에 평일 낮에도 주차돼 있는 차가 많다는 얘기다. 이어 "번화가에 있는 아파트 단지는 주차장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낯선 사람들이 아파트에 다니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관리비 줄어든다면…" 긍정적 의견도

아파트 주차장의 유료개방에 긍정적인 반응도 없지 않다. 유료개방으로 관리비를 낮출 수 있다면 생각해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서울시 강서구의 임모씨(43)는 "주차비를 받아 아파트 수익이 생기고 이를 통해서 관리비를 줄일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고 본다"면서 "주차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는 이렇게 하는 게 가능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실제로 서울 월곡동의 한 아파트는 인근 주택가 거주자들에게 주차장을 유료로 개방하고 수익금 만큼 관리비를 낮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차장 50면을 빌려준 이 아파트 주민들의 관리비는 가구당 월 5000~6000원가량 줄어 들었다.

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부천의 '중동 금강마을' '하얀마을 현대아이파크' '조공2차 아파트'는 낮시간 아파트 주차장을 인근 관공서와 함께 쓰는 대신 공공시설 이용료를 할인받고 있다.
아파트 공유경제의 사례로 꼽힌다.

아파트 주차장보다 빌딩의 빈 자리를 활용하는 게 더 낫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송파구의 이모씨(34)는 "거부감이 많은 아파트 주차장 공개보다 기존 빌딩의 비어있는 주차장을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비어있는 주차장을 찾아주는 어플 같은 것도 있고 관련 스타트업을 지원해 활성화시키는 게 낫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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