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이구순의 느린걸음

[이구순의 느린 걸음] 3년전 단통법의 약속이 아쉽다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9 17:20

수정 2017.07.09 17:20

[이구순의 느린 걸음] 3년전 단통법의 약속이 아쉽다

벌써 3년이 흘렀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만드느라 온 나라가 들썩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석달 뒤 10월이 되면 단통법의 가장 강력한 독소조항인 지원금 상한제가 일몰된다.

요즘엔 그저 지원금을 제한하는 나쁜 법 정도로 회자되고 있지만, 단통법은 한국 이동통신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유통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만든 법이었다.

사실 단통법은 통신회사들의 자율적 시장경쟁을 법으로 규제하는 악법이어서 자본주의 경쟁체제에서는 만들어지기 어려운 법이었다.

그런데 당시 이동통신 시장 경쟁은 극약처방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고질병을 앓고 있었다. 이동통신 3사는 1년 영업이익의 2배가 넘는 8조원 이상을 매년 마케팅 비용으로 뿌려가며 경쟁회사의 가입자 뺏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8조원의 마케팅비는 시장 규모에 비해 턱없이 비대해진 휴대폰 유통점들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갔다.

고질병을 고치기 위해 단통법이라는 극약을 동원해 3년간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 단통법의 약속이다.

정부는 이동통신 유통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마케팅 비용이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통신비용을 낮추는 데 쓰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동통신 업계는 경쟁체질을 바꿔 소비자들이 매월 내는 통신요금이 아깝지 않도록 서비스 경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내놓은 지 벌써 3년이다. 그사이 약속은 어찌됐을까.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3년간 이동통신 시장의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정책적 노력을 했나. 그저 간접적 통신요금 인하 효과를 금액으로 환산하는 보도자료로 정책 홍보에만 열을 올리면서 정작 국민과 했던 유통구조 개선 약속은 손도 못 대고 있지 않았던가.

이동통신 업체들은 가입자에게 매월 납부하는 통신요금이 아깝지 않은 서비스를 만들어줬는가. 스스로 유통구조를 개선했는가.

요즘 정부가 이동통신 업계를 압박하고 있는 통신요금 인하정책을 보면서 3년 전 내놓은, 지켜지지 않은 약속에 대한 안타까움이 짙어진다.

새 대통령이 당선되고 통신요금을 내리라는 강한 압박에 미래부는 부랴부랴 단말기 자급제, 보편적 요금제 같은 정책을 나열했다.

단말기 자급제는 지난 2003년부터 잊을 만하면 나오는 재탕 정책이다. 보편적 요금제는 엄밀히 말하면 기업에 책임을 떠넘길 게 아니라 복지정책으로 해결할 일 아닌가. 미래부가 급한 김에 머릿속에 있는 모든 정책구상을 나열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급하지만 정부가 찬찬히 고민했으면 한다. 진정한 통신요금 인하 정책은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경쟁을 활성화하는 것 아닌가 싶다.
이동통신 시장 체질을 개선해 다음 선거 때 다시 통신요금 인하 공약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3년 전 내놓은 약속을 재점검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 약속을 해줬으면 한다.
다시는 정부가 국민에게 내놓은 약속을 스스로 잊지 말았으면 한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정보미디어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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