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정대균 기자의 한국 골프장 산책] 상서로운 옛 임금님의 사냥터, 주말 골퍼들의 천국이 되다

정대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6 17:18

수정 2017.07.06 17:18

<4> 경기도 파주 서원힐스CC
코스 내 유실수 직접 따먹어도 OK
클럽하우스 옆으로 장독대가 반겨주는 곳 푸근한 디테일이 살아있는 명품 퍼블릭
‘도전.전략.아기자기’ 성격 다른 3가지 코스
비기너에서 싱글까지 모두에게 만족
그린콘서트.다문화가정 결혼식 지원 등 사회공헌활동으로도 정평
명품 퍼블릭 골프장을 지향하는 경기도 파주 서원힐스CC 웨스트코스 1번홀 그린.
명품 퍼블릭 골프장을 지향하는 경기도 파주 서원힐스CC 웨스트코스 1번홀 그린.


【 파주(경기도)=정대균골프전문기자】 반백의 아들이 팔순 노모의 손을 잡고 들어선다. 낯선 풍경에 어색해할까봐 옹기종기 모여있는 장독대로 먼저 노모를 안내한다. 일순간 어머니 얼굴에선 긴장감이 사라진다. 그리고 장독대를 두 손으로 연신 어루만진다. 어머니는 추억의 책갈피를 넘기 듯 한참을 그러고 계신다. 그런 모습에 아들도 흐뭇해 한다.
두 모자가 식당으로 들어선다. 아들은 노모가 밥을 뜰 때마다 숟가락 위에 보리 굴비 한 점씩을 올린다. 그리고 된장찌개도 맛 보시게 한다. 노모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번진다. 아들은 "옛날에 어머니께서 해준 그 맛이죠"라고 물으며 눈시울을 붉힌다. 라운드 왔다가 우연찮게 접한 음식에서 아들은 40년 전 어머니의 손맛을 느꼈다. 아들이 노모를 모시고 온 이유다. 당신의 손 끝에서 만들어졌으나 지금은 느끼기조차 힘든 예전 그 맛을 어머니께 찾아주고 싶어서다.

서원힐스CC 클럽하우스 앞 전경
서원힐스CC 클럽하우스 앞 전경


■"골프장이야, 과수원이야" 27홀 전 코스에 다양한 유실수

시중 식당 풍경이 아니다. 특이하게도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접한 에피소드다. 경기도 파주 서원힐스CC(회장 최등규)에 가면 이렇듯 가슴 찡하게 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2012년 개장한 서원힐스는 국내 10대 코스에 선정된 서원밸리CC의 아우다.

형만한 아우 없다고 이곳은 '명문'을 지향하는 서원밸리와 달리 '명품 퍼블릭'을 추구한다. 사우스, 웨스트, 이스트 코스 각 9홀씩 총 27홀인 이 골프장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하릴없이 서울간 누나를 기린목을 하고 기다렸던 '고향 동구 밖'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저절로 고향의 정이 흠뻑 느껴지는 데다 뭔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골퍼들의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이른바 디테일이 살아있는 '마이크로 서비스' 때문이다. 코스 내에 널려있는 사과, 배, 살구, 보리수 등과 같은 다양한 유실수가 그 좋은 예다. 단순한 관상수가 아니다. 과일이 익으면 손님들이 직접 따서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다. 작년부터 이 시기에 '보리수 축제'를 펼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친환경골프장에 걸맞는 친환경 재배라 오염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코스 내 텃밭에서 재배된 친환경 채소와 파주의 명물 장단콩을 5년간 숙성시켜 만든 장유류는 그것만으로도 군침을 돌게 한다. 서원베이커리를 운영해 골퍼, 아카데미 원생, 서원아트리움 웨딩에 빵,케익,디저트 등을 제공해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역 특산물인 장단콩 앙금으로 특화 메뉴를 제작 판매해 지역경제에도 일조를 하고 있다.

서원힐스가 자리잡고 있는 땅은 임금님의 사냥터, 상서로운 땅으로 불린 곳이다. 뒤로는 금병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정남향이어서 경기 북부 골프장 중에서 보기 드물게 겨울에도 라운드가 가능한 곳이다. 세계적인 건축설계가 이타미 준의 유작이 된 클럽하우스도 자랑거리다. 예술적 극치와 휴(休)개념을 접목시킨 골프장 최고의 건축물로 평가 받고 있기 때문이다. 페어웨이는 양잔디(켄터키블루)다. 사계절 푸른 잔디에서 라운드가 가능하다.

코스는 넓고 길어 말 그대로 원하는 만큼, 원하는대로 칠 수 있는 코스다. 웨스트코스는 전장이 길어 도전성을 요하고, 사우스코스는 클럽 선택에 신중함을 기해야 하는 전략적 코스다. 이스트코스는 아기자기한 여성적 코스다. 나중에 증설된 사우스와 웨스트코스는 전장이 7367야드다. 그중 단일 홀 중 가장 긴 오르막 웨스트 8번홀(파5)은 웬만한 장타자가 아니고서는 레귤러온이 쉽지 않다. 티잉그라운드를 모두 개방하고 있어 비기너에서 싱글에 이르기까지 모든 골퍼들이 만족할 수 있는 곳이다.

그런 만큼 그린이 넓다. 따라서 아이언샷의 정확도에서 스코어가 판가름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월부터 11월까지는 3부제로 운영된다. 전홀에 조명시설이 설치돼 있어 요즘 같은 혹서기에는 오후 4시부터 티업하는 3부 타임이 가장 인기다. 조명 밝기가 다른 골프장과 비교가 될 정도로 밝은 데다 내륙이라는 입지적 특성 때문에 날벌레 등 해충이 많지 않아서다. 이런 이유로 서원힐스는 '한국 10대 뉴코스'와 '소비자만족 10대 골프장'에 선정됐다.

서원힐스는 주말골퍼들의 천국이다. 이곳에서 개최되는 다양한 동호인 대회가 이를 입증한다. 기아자동차 아마추어대회 및 서울미드연맹 대회, 싱글인증전, 연단체 토너먼트 챔피언십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에서도 서원힐스기아자동차 아마추어선수권대회는 전국에서 몰려온 고수들의 경연장이다. 서원밸리와 함께 400여 단체 왕좌를 가리는 연단체 토너먼트 챔피언십도 서원힐스의 대표 대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2억원 상당의 푸짐한 상품이 걸린 '서원힐스 여성아마추어 골프대회'도 여성 골퍼들 사이에서 화제다.

지역 특산물인 파주 장단콩으로 담근 된장, 간장 곳간인 서원힐스CC 장독대.
지역 특산물인 파주 장단콩으로 담근 된장, 간장 곳간인 서원힐스CC 장독대.


■그린콘서트, 다문화가정 합동 결혼식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

서원밸리와 함께 서원힐스도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는 대표적 자수성가 기업인인 최등규 회장의 인생철학이자 경영철학인 '나눔과 배려'에서 비롯됐다. 서원밸리와 서원힐스의 대표적 사회공헌활동은 이미 고유명사가 되다시피한 '그린콘서트'다. 매년 5월 마지막주 토요일에 개최되는 이 공연은 지난 2000년 최 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돼 올해로 17년째 이어오고 있다. 해외 관광객을 비롯해 매년 4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몰려오는 대표적 한류 콘서트로 자리매김했다. 이 축제는 단순히 공연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나눔'을 실천한다. 이를 위해 자선 바자회를 실시하고 있는데 여기서 얻은 수익금 전액은 지역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된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서원밸리 다문화가정 무료 합동 결혼식'이다. 이 또한 최 회장의 제안으로 출발했다. 서원힐스 아모르 레인보우 터널에서 열리는 이 결혼식을 통해 탄생된 부부가 벌써 20쌍이 넘는다. 연예인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참여하는 등 행사는 화려하고 다채롭게 진행된다. 최근에 성료된 올 결혼식에는 방송인 로버트 할리가 주례를 맡았고 가수 박학기와 이적이 축가를 불렀다. 한편 혼주나 다름없는 최 회장은 이 결혼식을 통해 배출된 부부가 3자녀 이상을 낳게 되면 자녀들의 대학 진학 장학금을 주기로 약정했다.

사회공헌활동은 이뿐만 아니다. 2005년부터 관내 초등학교인 신산초등학교와 도마산초등학교의 결식아동을 돕기 위하여 2000만원을 지원했다. 학생들의 등하교를 책임질 무료 셔틀 버스도 운행하고 있다.

■박인비 결혼으로 유명세를 탄 서원아트리움

서원힐스에는 4층 규모의 길이 300야드, 90타석짜리 드라이빙레인지가 있다. 이곳에는 세계적인 코스설계가 데이비드 데일이 설계한 투어프로용 쇼트 게임장과 휘트니스센터 등 최첨단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다.
또한 30년 경력의 파티쉐가 운영하는 서원베이커리도 고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야외 웨딩홀인 서원아트리움은 넓은 야외공간을 자유롭게 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다.
특히 2014년 10월 '골프여제' 박인비가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면서 유명세를 탔다.

golf@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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