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재무학회칼럼]

멀리 내다보는 일자리 대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7.04 17:21 수정 : 2017.07.04 17:21


20년 전에는 휴대폰으로 영화 보고 카톡 하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세상에 좋은 물건이 많아지면서 동시에 일자리에 대한 불안도 커져 간다. 그런 문제들이 모두 정치인들 잘못에서 비롯된 것인가. 정권이 바뀌었으니 4~5년 안에 문제가 잘 해결돼 젊은 세대들의 불만이 없어질까.

일자리 문제는 한국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 세계 공통 현안이다. 따라서 상처에 반창고만 덧대는 임시방편이 아니라 문제의 근원을 파악해 장기적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을 써야 한다.
그렇다면 일자리 문제의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필자는 가장 명쾌한 설명을 한 사람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미국 의회 교육위원회에서 한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경쟁과 스트레스가 심한 환경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소비자 입장이 되면 더 좋은 물건을 더 낮은 가격에 공급하도록 기업들의 치열한 국제경쟁을 요구한다. 여기서 도태되는 회사들이 망하면서 오래된 기술과 상품이 점점 복잡한 기술과 신제품으로 대체된다. 그러므로 기업은 복잡해진 기술을 잘 이해하며 혁신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들을 많이 필요로 하는데 우리 교육이 그런 인재들을 충분히 양성하고 있는가. 이런 창의적 인재의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단순한 일만 잘하는 인력이 넘쳐나는 것이 양극화와 일자리 문제의 근원이다. 따라서 해결책은 교육에서 찾아야 한다. 경쟁을 요구하는 전 세계 소비자를 바꿀 수는 없으니 이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 기회를 최대한 많이 공평하게 제공해 기업들이 국제 경쟁력을 갖고 살아남아 많은 국민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도록 돕는 것이 최선이다."

필자는 반도체 부품 회사에 대한 사례를 연구하면서 이런 그린스펀의 주장에 더욱 공감하게 됐다. 20년 전에 비해 스마트폰이 이렇게 많은 기능을 가지도록 해주는 것이 동전 하나 크기인 마이크로 프로세서인데 이 작은 물건을 만드는 데 수천 단계의 공정이 필요하다. 이 공정들이 차질 없이 진행되려면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에 물을 채우고 소금 한 티스푼을 넣었을 때 그 농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정밀함이 필요하다.

지난 20년간 이런 기술진보 과정에서 수백개 업체들이 무한경쟁을 해왔다. 해당 회사 주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 10달러 이상이었는데 금융위기 동안 컴퓨터와 휴대폰 수요가 줄면서 1달러 이하로 떨어졌고, 그때 3분의 1 이상의 직원을 내보냈다. 이제 경기가 회복돼 주가가 25달러에 육박하지만 단순 반복적 업무만 가능한 인력들을 다시 채용하기보다는 기술 진보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인재들을 충원하려 애쓰고 있다.

이 미국 회사의 많은 경쟁사들이 한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에 있다. 만약 한국 정부만 규제를 강화하면 그 여파로 한국 회사들이 경쟁에서 밀려나면서 반도체와 가전업체들이 제공하던 좋은 일자리들이 한국에서 점점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최근 한 경제인 단체 대표가 이런 입장을 대변해 우려를 표명했다가 "일자리 문제의 당사자인 재계가 성찰이나 반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일자리 문제의 근원은 저가에 고품질을 원하는 소비자에게 있으며 그런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는 기업들을 비난만 한다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일자리대책을 세우고 시행할 때는 다음 선거 전에 가시적 성과를 내려고 장기적으로 심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문제들이 묻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박현아 뉴욕시립대학 재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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