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fn 스포트라이트 '문자폭탄' 표현의 자유인가, 그릇된 폭력인가] 정치인에 의견·욕설·비방·협박… 조직적·합법적 개입 논란

김유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9 17:32

수정 2017.06.29 17:32

<1> 댓글에서 문자메시지로 진화
온라인 정보에 달던 댓글, 원하는 반응 얻기 위해 특정 대상에 직접 의사표현
일부의원 휴대폰 번호 공개돼.. 하루에 수천통씩 문자 쏟아져
[fn 스포트라이트 '문자폭탄' 표현의 자유인가, 그릇된 폭력인가] 정치인에 의견·욕설·비방·협박… 조직적·합법적 개입 논란

최근 새 정부의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등이 방송매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생중계되면서 '문자폭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문자폭탄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을 앞두고 일부 국회의원의 휴대폰 번호가 한 인터넷 사이트에 집단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서는 국민의 의사표현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러나 요즘 청문회 과정에서 등장한 문자폭탄은 '표현의 자유'와 '정치적 테러'라는 두가지 상반된 키워드를 둘러싸고 논쟁이 확대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표현의 자유인가, 그릇된 폭력인가'를 대주제로 문자폭탄의 현황, 문제점, 개선점 등을 깊이 있게 진단하는 시리즈를 마련한다.

인터넷과 이를 활용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각종 매체 발달로 인터넷이나 매체를 통한 정보 취득뿐만 아니라 정보를 생산, 전달하는 등 과거 일방적으로 정보를 읽고 들었던 방식이 아니라 양방향 소통이 가능해졌다.
초기에는 인터넷이나 매체를 통한 정보에 댓글을 달면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다가 의견, 또는 입장을 특정인 및 특정단체에 직접 전달함으로써 반응을 유도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직접 전달의 대표적인 형태가 휴대폰 문자메시지다. 문자메시지가 한날 한시에 특정인의 휴대폰에 집중되는 게 '문자폭탄'으로, 개인적 의견과 함께 욕설과 비방, 협박 등이 망라돼 있다.

■의견 개진…'댓글→문자메시지'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과 관련, 이 총리를 물건에 비유했다며 문자 폭탄 세례를 당했다. 이 의원은 이틀 동안 무려 1만1000통이 넘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고 80% 이상이 욕설과 협박성 메시지였다고 밝힌 바 있다. 낙마한 안경환 법무장관 후보자의 '허위 혼인신고' 판결문을 공개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의 휴대폰에도 1만통에 가까운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 '인사 5대 원칙을 깨면 안 된다'는 내용을 SNS에 올렸다가 문자 폭탄을 받은 의원도 있다. 문자폭탄을 받은 상당수 의원들은 법적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지나친 욕설이나 비방, 협박 등이 포함된 문자폭탄은 개인의 명예뿐만 아니라 민주주의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29일 정치계에 따르면 문자폭탄의 유형은 4가지로 분석된다. △반말과 욕설이 포함된 의정활동 비판 및 의사 표시 △욕설과 성적 비하 △동일 단어 반복 및 웃음을 뜻하는 채팅 표현(ㅋㅋㅋㅋㅋ, ㅎㅎㅎㅎㅎ) △'밤길 조심' '가족테러' 등 구체적인 협박 등이다.

구체적인 협박 유형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유형은 법적 대응이 어렵지만 구체적인 협박은 명백한 위법사항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문자폭탄은 조직적.위법적, 개인적.위법적, 조직적.합법적, 개인적.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위법을 제외한 조직적.합법적인 문자폭탄이 논란이 된다.

■조직적.합법적 문자폭탄, 논란 중심

한 의원실 관계자는 "위법은 당연히 안되지만 조직이 개입된 합법적인 문자폭탄이 문제"라며 "4가지 형식이 혼용돼 있는데 조직적.합법적인 문자를 중심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시각으로 분석하면 '표현의 자유' '정치적 테러' 등 다른 지점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의원의 휴대폰 번호를 알아낸 뒤 조직적으로 단체카톡, 페이스북, 단체 블로그 등을 통해 '좌표'를 설정하고 (특정인이) '한마디씩 해줍시다'라고 독려하면 문자폭탄이 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욕설, 비방, 협박 문자폭탄을 받으면 곧바로 법적 대응에 들어가야겠지만 수사기관에 고소, 고발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며 "적게는 수백통에서 많게는 1만여통의 문자메시지 분석과 함께 누가, 어느 SNS에서 주도했는지 일일이 확인하는 일도 사실상 어렵다"고 털어놨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반대편에 계신 국민이라 해도 얼마든지 의사표현을 할 수 있다"며 "문자폭탄은 대의민주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국민들의 의사표현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욕설, 협박 등은 결코 허용돼서는 안 된다"면서도 "의원 입장에서 국민들을 적으로 돌리고 고소.고발하며 전과자를 양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이 지난 21일 의원들이 받은 문자를 취합해 발신자들을 개인정보보호법상 위반, 공무집행방해죄, 협박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 외에 최근 수사기관에 문자폭탄과 관련돼 접수된 사건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트라이트팀 박인옥 팀장 박준형 구자윤 김규태 최용준 김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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