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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 LG전자 평택 칠러공장 "깐깐한 품질로 신시장 개척"

권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8 10:00

수정 2017.06.28 15:15

LG전자 직원들이 27일 평택 칠러 사업장 내에 있는 연구시험동에서 무급유 인버터 터보 칠러의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LG전자는 평택에 신공장을 지으면서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해 연구시험을 위한 전용공간을 새롭게 만들었다.
LG전자 직원들이 27일 평택 칠러 사업장 내에 있는 연구시험동에서 무급유 인버터 터보 칠러의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LG전자는 평택에 신공장을 지으면서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해 연구시험을 위한 전용공간을 새롭게 만들었다.

【평택(경기)=권승현 기자】"오차률 '제로'의 '칠러' 기술로 세상의 무더위를 날린다."
27일 방문한 LG전자의 칠러 공장은 대지 14만8760㎡ 규모로 웅장함이 느껴졌다.
5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 생산동은 총 면적이 축구장 4개 넓이와 비슷하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LG전자의 에어솔루션 제품군 중에서도 칠러다.

LG전자의 칠러 사업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알짜 사업이다. LG전자는 칠러 사업을 공조 사업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연평균 10% 이상 성장시킬 계획이다.

칠러(Chiller)는 물을 냉각시켜 차가운 바람을 만들어 산업체, 대형 건물 등에 시원한 바람을 공급하는 냉각 설비다. 공기가 아닌 물을 순환시킨다는 점에서 시스템에어컨과 다르다. 칠러가 큰 공간을 한 번에 냉방하기 적합하다면 시스템에어컨은 상대적으로 작은 크기의 방에서 사용하기에 좋다.

현재 칠러 사업의 연간 매출은 3500억원 수준이다. 그중 수출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10년 전부터 중동 지역에 진출해 실적을 쌓은 덕분이다. 특히 캐리어·트레인·요크 등 세계적인 칠러 기업들을 제치고 6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야(Qurayyah) 복합화력발전소의 수주를 따낸 것은 최고의 실적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박영수 칠러사업 담당 상무는 “10만RT(0℃ 물 1t을 24시간 내에 0℃ 얼음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열량)에 달하는 규모를 제품의 사양만으로 종합평가 받아 납품 운영한 사례”라며 자평했다.

LG전자는 칠러 공장을 지난해 말 전북 전주에서 평택으로 이전했다. 칠러사업을 미래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초석 차원에서다. 이상민 에어솔루션 B2B 해외영업 담당 상무는 “LS엠트론을 인수하기 전에는 시장이 크다는 인지가 덜 돼있었다. 인수하고 보니 펼쳐나갈 분야가 넓었기 때문에 더 키워나가야겠다는 전략적 방침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공장 이전과 더불어 LG전자는 깐깐한 기술력을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생산동 6개, 시험동 4개에 있는 설비들은 미국냉난방공조협회(AHRI)의 인증을 받은 것들이다. 박 상무는 "이전하면서 제품의 성능을 정확히 알기 위해 측정 설비와 연구개발 인프라에 투자를 많이 했다. 기술력 강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강조했다.

평택 공장을 둘러보는 내내 타는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굉음에 가까운 기계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칠러에 들어가는 열교환기 용접에 한창인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의 손끝에서 파란 불꽃이 튀어올랐다. 열교환기는 냉매와 물이 만나 말 그대로 '열을 교환하는 곳'이다. 냉매가 새면 안 되기 때문에 정확한 용접이 매우 중요하다. 작업이 끝난 뒤 엑스레이를 이용해 냉매가 새는 곳이 없는지 검사할 정도다. 이처럼 LG전자는 오차율 제로에 도전하는 품질 관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압축기 내 미세한 냉매 누출을 잡아내기 위해 헬륨가스 누설 검사도 시행한다. 또 용접 길이가 5m가 넘어가면 정확도를 위해 로봇이 용접한다. 완제품은 공장 한 켠에 마련된 테스트 챔버에서 시험 테스트를 거친다.

정진희 칠러선행연구팀 수석연구원은 "미국 회사들이 그동안 칠러 시장을 장악했던 게 사실이지만 지난 5년 동안 LG전자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이제 그들과 기술 차이가 없다고 본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LG전자는 깐깐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동에 이어 3년 전부터 동남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 상무는 "동남아는 우선 한국 건설업체들이 많이 진출해 우리 제품을 소개하는데 상당히 용이하다"며 "중동에 비해 한국과의 거리도 가까운 편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지원이나 협업에 드는 시간 등에서 유리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필리핀이나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큰 성과가 나고 있다"고 전했다. ktop@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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