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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요금 인하 논란] "5세대 투자는 무슨… 이젠 생존 걱정할 처지" 이통3사 패닉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2 17:28

수정 2017.06.22 20:57

정부, 통신요금 대책 발표… 절감효과 4조6000억은 통신업계가 떠안아
보편요금제 등 새로운 규제.. 업계는 공식 입장도 못낸채 정부 눈치 살피며 ‘속앓이’
22일 오전 서울 효자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통신비 절감대책 브리핑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 이개호 국정위 경제2분과 위원장, 박광온 국정위 대변인, 김정우 국정위 경제2분과 위원, 최민희 국정위 통신부문 자문위원. 사진=서동일 기자
22일 오전 서울 효자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통신비 절감대책 브리핑이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 이개호 국정위 경제2분과 위원장, 박광온 국정위 대변인, 김정우 국정위 경제2분과 위원, 최민희 국정위 통신부문 자문위원. 사진=서동일 기자

[통신요금 인하 논란]

새 정부가 통신요금 절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통신업계가 패닉에 빠졌다. 정부는 연간 4조6000억원의 통신요금 절감 효과를 예상했는데 통신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 합계가 3조6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당장 통신3사가 모두 적자전환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통신요금 절감 대책의 재원을 통신사에 모두 전가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통신업계는 당장 눈앞에 닥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는 꿈도 못꾸게 됐다고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투자는커녕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셈이다. 일자리 창출도 꿈꾸기 어려운 얘기가 됐다. 게다가 통신요금 인하라는 단편적 목적을 위해 보편적 요금제 출시라는 규제를 만들고, 이에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알뜰폰(MVNO·이동통신재판매) 사업자를 위해 이동통신망 도매대가를 인하하는 규제를 추가해야 하는 규제 악순환을 만들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보통신기술(ICT) 산업과 기술에 대한 전문적 검토가 부족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통신요금 인하방안에 대해 사안별 세부 검토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22일 국정기획위는 △어르신·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요금감면 1만1000원 확대 △지원금에 상응하는 선택약정요금할인율 20%에서 25%로 상향 △알뜰폰 지원대책(전파사용료 감면, 도매대가 인하) 마련 △지배적 사업자(SK텔레콤)의 보편요금제 출시 의무화 및 분리공시제도 도입 △공공 와이파이(무선랜) 20만개 확대 구축 △통신산업 진입규제 개선(허가제를 등록제로 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통신요금 절감 대책을 발표했다.

■규제 위해 규제 또 신설…4차 산업혁명은 무슨 수로?

절감 대책이 발표되자 업계는 패닉에 빠졌다. 정부가 강제로 민간기업의 상품가격에 직접 개입한 지난 정부의 통신요금 대책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신요금 절감에 필요한 재원은 모두 통신사에 전가했다.

그럼에도 통신사들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통신산업이 정부의 주파수를 토대로 한 규제산업이다. 정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속내는 타들어간다.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게다가 규제완화라는 큰 틀의 정부정책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민간통신사업자들의 상품구성에 정부가 직접 규제를 들이대 보편적 요금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월 2만원대 요금제를 내놓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2만원대 요금제로 당장 가입자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는 알뜰폰 사업자를 위해 이동통신망 도매대가를 내리도록 규제를 하나 더 만들기로 했다.

결국 규제를 위해 규제를 또 만들어야 하는 정책을 내놓은 셈이다.

한 ICT산업 전문가는 "국정기획위가 통신요금이 산업 곳곳에 얽혀 있는 연관성을 보지 못하고 단편적 요금만 보고 정책을 만들었다"며 "모든 방안이 법률개정을 통해 진행돼야 하는데 법률개정 과정에서 유통업계, 단말기업계 등 연관산업 전체가 불만을 터뜨릴 것"이라며 "규제를 위한 규제를 만들 수밖에 없는 국정기획위의 통신요금 정책은 주무부처와 관계자들이 보다 면밀히 검토를 하지 않으면 ICT산업 전체 구조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행정소송도 준비, 5G 투자 유통망도 '빨간불'

생존을 걱정하게 된 통신3사는 행정소송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율을 정부가 임의로 25%까지 올리는 게 위법한 것이 아닌지 법무법인에 의뢰한 상태다. 위법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행정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 관계자는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은 지원금을 받는 가입자와 지원금을 받지 않는 가입자 간 차별 해소를 위해 도입된 제도인데 그 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요금인하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라며 "요금할인을 제공하는 이통사의 부담만 늘어나고 애플 등 제조사는 오히려 수혜를 보는 비정상적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사는 당장 마케팅비용을 대폭 축소해야 할 처지다. 이에 따라 전국의 수많은 휴대폰 유통점도 비상이다. 유통점에 돌아가는 장려금이 대폭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5G 투자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적자로 전환되면 투자도 축소된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투자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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