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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다산은 왜 인간 실존문제에 천착했는가

조윤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1 18:20

수정 2017.06.21 19:46

다산 정약용의 실존실학  김신자 / 위즈앤비즈
[책을 읽읍시다] 다산은 왜 인간 실존문제에 천착했는가

다산 정약용의 '실존(實存)'을 깊게 들여다본 책이다. 다산의 철학을 다룬 서적은 많지만 그의 실존사상의 근본을 파헤친 것은 이 책이 사실상 유일하다.

"다산은 귀향가기 전 수탈당하는 농민들을 보면서 거기서 인간의 실존문제를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거기서 출발해 인간의 가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깊이 들여다본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유럽 강단에서 가장 인정받는 한국 철학 권위자 중 한 명이다. 현대철학 전통이 강한 오스트리아 빈대학 등에서 한국 철학을 가르쳐온 그는 다산이야말로 독자적인 한국 철학의 선구자라고 단언한다.
조선시대 주류사상이었던 성리학이나 중국 문학의 속박에서 벗어나 서학을 집대성해 한국사상을 새롭게 정립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다산의 매력은 유럽인들과 통하는 부분이 많다"고 평가했다.

저자에 따르면 다산은 인간을 '신이 준 자유의지에 따라 선과 악을 행할 수 있는 존재'로 파악했으며, 자유의지의 결과에 대해선 책임을 져야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현대인이 보기에는 이같은 철학이 당연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봉건시대인 당시 그의 사상은 마치 혁명과도 같았다.

제목에서 실학 앞에 실존(實存)이라는 개념을 덧달은 것도 이 때문이다. 다산의 실학 자체가 서양학문의 총화로 서학을 수용해 창안한 신(新)학문이긴 하지만, 당시 서학에서도 '실존' 개념은 생경했다는 게 통설이다. 다산은 '실존'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은 채, 사실상 인간 고유의 '실존적' 특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 책 전체에서 드러난다.

현시대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는 그의 사상은 "자유의 본체인 인간은 인격을 지닌 독자적인 존재이며, 이들은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삶의 보장을 받아야 할 권리를 지니고 있다"는 한 문장으로 설명된다. 다산은 실존적 인간을 위한 윤리관을 현실에 반영시킴으로써 국가 형성의 바탕이 되는 인간 존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불러일으키고, 그들이 존중되는 이상적인 사회를 구상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당시에 유입된 서양의 과학, 기술과 문물에 관심을 가졌고 이들을 수용하고자 했다.
그는 서구의 자연과학과 기술 가운데서 새로운 시대에 준하는 국가의 부강과 민생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 그리고 도덕성과 실심(實心) 그리고 성(誠)에 의한 윤리관을 통해 사회적인 문제들을 개선하고자 했다.
결국 그는 그의 사상을 통해 보다 나은 세상의 구현을 꿈꾸었던 셈이다.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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