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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악녀→카리스마 롤모델, 김서형의 치명적 변화

입력 2017.06.21 17:02수정 2017.06.21 17:29


[fn★초점] 희대의 악녀→카리스마 롤모델, 김서형의 치명적 변화


배우에게는 달갑지 않은 숙명이 있다. 하나의 분야에서 특출난 재능과 두각을 드러내면 찬사가 쏟아지는 동시에 연기의 스펙트럼을 좁히는 한정적인 낙인까지 찍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실화 전문 배우’ ‘시대극 장인’ ‘로맨틱 가이’ ‘A감독의 뮤즈’ 등이 그러한 경우다. 그래서 실제로 많은 배우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수식어에 감사함을 느끼면서도 부담감과 탈피 욕구를 함께 느낀다. 특히 캐릭터 풀이 좁은 여성 배우에게는 더욱 자주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다.

배우 김서형에게도 ‘악역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가 그녀를 옥죄던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꾸준히 이미지 변신을 위해 아니, 자신이 지닌 연기력을 더 널리 펼치기 위해 부단히 문을 두드린 끝에 ‘악녀’로 스크린 한가운데에 선 김서형은 연기 인생의 또 다른 방점을 찍었다.

정병길 감독이 연출한 영화 ‘악녀’는 살인병기로 길러진 최정예 킬러 숙희(김옥빈 분)가 자신을 둘러싼 비밀과 음모를 깨닫고 복수에 나서는 강렬한 액션 영화로, 신선한 시도가 버무려진 연출과 파격적인 액션 시퀀스를 곳곳에 배치해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되는 쾌거를 얻기도 했다.

오랜만에 스크린 복귀 소식을 알린 김옥빈이 원톱으로 나선 액션 영화에 국내 관객들은 기대와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뚜껑을 열고난 후에도 액션사에 한 획을 그을만한 연기를 펼친 김옥빈에게 극찬은 끊이질 않았다.


[fn★초점] 희대의 악녀→카리스마 롤모델, 김서형의 치명적 변화


하지만 뜨거운 스포트라이트는 김옥빈에서만 그치지 않았다. 숙희에게 임무를 내리는 국가 비밀 조직의 간부 권숙 역을 맡아 강렬한 중압감을 선보인 김서형에게도 김옥빈 못지않게 이목이 쏠렸다. 권숙은 숙희를 스카우트하고 그녀의 삶까지 설계하는 인물로 일말의 감정도 섞이지 않은 얼굴로 살인 지시를 내리는 것은 물론 중요한 순간에 등장해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로 주변의 공기를 좌지우지한다.

정확한 딕션과 냉철한 얼굴, 날카로운 눈빛, 그리고 딱 떨어지는 슈트까지 갖춰 입은 김서형의 모습에 대중들은 환호했다. 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권숙 캐릭터를 위해 완급을 조절하는 감정 연기를 자신의 것으로 체화시켜 적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독보적인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말 그대로 김서형이 곧 권숙이었고, 권숙이 곧 김서형이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김서형을 놓고 또 하나의 ‘인생캐’를 갱신했다고도 평가했다.

김서형의 두드러진 활약은 갑작스러운 게 아니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 ‘굳세어라 금순아’ 등을 비롯해 각종 영화 속에서도 조연 및 단역을 통해 연기 내공을 차근차근 쌓아온 그녀는 그 결과물을 터뜨릴 인생작을 만났다.

바로 SBS 일일드라마 ‘아내의 유혹’ 속 신애리 캐릭터를 완벽히 흡수해내며 ‘희대의 국민 악녀’로 떠오른 것이다. ‘막장드라마’ 역사에 큰 발자국을 남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아내의 유혹’ 속에서, 김서형은 전국의 시청자들을 극한으로 몰아넣었고 민소희 역의 장서희와 팽팽한 신경전부터 거침없는 몸싸움까지 벌여가며 자신의 모든 것을 극 속으로 내던졌다.

이후 김서형은 ‘자이언트’ ‘샐러리맨 초한지’ ‘기황후’ ‘어셈블리’ 등의 유수의 작품에서 악역과 전문직 캐릭터 등 다채로운 역할을 오가며 자신의 가능성을 입증하기 위해 끊임없는 열의를 보였지만 김서형을 향한 대중의 인식은 여전히 악녀 신애리 속에 잠식되어있었다.


[fn★초점] 희대의 악녀→카리스마 롤모델, 김서형의 치명적 변화


그러나 김서형은 tvN 드라마 ‘굿와이프’를 통해 또 한 번의 날개를 달았다. 극중 윤계상의 누나이자 유명 로펌의 대표인 서명희 역을 맡은 그녀는 냉철하지만 인간미 넘치는 캐릭터로, 세련미를 오롯이 드러내며 여성 시청자들까지 설레게 한 장본인이다. 전도연, 유지태 등 내로라하는 쟁쟁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김서형의 기세는 한 풀도 꺾이지 않았고 여유롭게 자신만의 아우라를 내뿜었다.

그리고 얼마 전,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 현장에서도 김서형은 단연 빛났다. 누구나 예상 가능했던 화려한 드레스 의상을 택한 대신, 탄탄한 복근을 드러내는 짧은 톱 의상에 블루 계열의 하의를 맞춰 입으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짧게 쳐낸 숏커트 머리는 김서형의 매력을 더해 국내외 대중을 열광케 했다.

꾸준히 그리고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존재감을 키워낸 김서형은 그 누구보다 매혹적인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꽃을 피워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목마른 김서형의 거침없는 전진이 기다려진다.

/9009055_star@fnnews.com fn스타 이예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