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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원전 설계수명

강문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20 17:09

수정 2017.06.20 17:09

1977년 6월 19일 한국 최초, 아시아 두 번째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원전 1호기가 40년 만에 완전히 멈춰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탈(脫)원전을 선언하면서 수명이 다한 국내 원전도 줄줄이 가동이 중단된다. 2030년까지 수명이 완료되는 곳은 12기다. 수명을 10년 연장한 월성 1호기도 곧 영구정지된다.

원전 수명은 운영허가기간과 설계수명기간으로 나뉜다. 운영허가기간은 말 그대로 규제기관이 운영을 허가한 기간이다.
설계수명이란 발전소의 안전, 성능 기준을 충족하면서 운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으로 고장 횟수와 환경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원전의 일반적 설계수명은 30~40년이다. 최근에는 설계기술이 좋아져 60년짜리도 나왔다.

원전 운영허가기간은 국가별로 기준도 다르고 이해관계에 따라 견해차가 워낙 크다. 프랑스.일본은 10년마다 운영허가를 갱신한다. 미국은 1954년 최초 운영허가기간을 40년으로 정하고 20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60년 계속 운전하도록 승인받은 원전이 70기를 넘는다. 세계 주요국의 원전 평균 가동기간은 대략 30년이다. 우리나라가 20년 정도로 가장 젊다. 미국은 37년, 캐나다와 러시아는 33년, 프랑스는 32년이다.

원전 수명 연장 찬성론자들은 설계수명 연장이란 용어 자체에 의문을 표한다. 마치 수명이 다한 원전을 일부 손질해 재사용하는 듯한 어감이어서 부정적 이미지를 준다는 것이다. 원전의 핵심설비와 부품은 수시점검과 교체.보완을 거치기 때문에 오래된 원전이라고 낡은 아파트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이다.

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퇴역식에서 "노후 원전은 세월호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불법 증.개축과 과적, 공무원의 관리부실이 빚은 인재이지 세월호 나이 때문이 아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도 잦은 지진에도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인재다.
원전 1기를 새로 짓는 데는 3조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고리 1호기를 설계한 웨스팅하우스가 비슷한 시기 미국에 지은 원전 5기는 수명을 연장받아 20년을 더 가동한다.
'조기 퇴역'만이 능사가 아니다.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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