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미 훈련 축소 가능" 문정인 특보 '워싱턴 발언' 일파만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9 17:30 수정 : 2017.06.19 22:57

靑 "한·미관계에 도움 안돼" 뒤늦게 수습했지만…
정의용 靑 국가안보실장 사전에 들었지만 제지 안해
트럼프도 "사드 빼라" 격노

청와대가 한.미 정상회담(이달 29~30일)을 열흘 앞둔 19일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 특임교수의 '워싱턴 돌출 발언'이 양국 관계에 일파만파 파문을 일으키자 문 특보에게 '엄중 경고' 조치를 내리며 긴급 진화에 나섰다.

문 특보는 최근 워싱턴을 방문해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하면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과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할 수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깨지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는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문제는 외교안보사령탑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장관급)이 문 특보가 워싱턴 출장 전 이런 발언 구상을 사전에 감지했음에도 '개인적인 의견'으로 치부했다는 점이다. '외교 아마추어리즘'이든 '의도적으로 미국을 떠 본 것'이든 양국 정상이 만나기도 전부터 '불신' 논란에 휩싸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靑, 文특보 발언내용 사전 감지

이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의용 실장이 문 특보가 워싱턴 방문 전 상견례 차원에서 만나 문 특보의 생각을 들었다"면서 "당시 정 실장은 그의 개인적인 아이디어로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워싱턴 발언과 관련, "오늘(19일) 청와대의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 문 특보에게 '앞으로 있을 한.미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엄중하게 말했다"고 밝혔다.

액면 그대로라면 국가안보실이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응을 한 셈이다. 첫 정상회담을 불과 열흘 앞둔 민감한 상황에서 대통령 특보가 '문 대통령 생각'이라며 발언한 데 대해 정의용 실장이 둔감하게 대응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문재인정부의 사드 배치 지연 보고를 받고 "차라리 사드를 빼라"며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이 만나기도 전부터 동맹관계와 대북정책을 놓고 마찰음을 빚고 있는 것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양국 정상이 신뢰관계를 쌓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의용 실장이 문 특보의 발언을 실제 컨트롤 가능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대통령 책사격인 특보는 국가안보실장과 마찬가지로 같은 장관급이나 문 특보가 참여정부 시절부터 문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정 실장이 쉽게 그의 입을 관리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얘기다. 앞서 청와대는 문 특보가 잇따라 언론 인터뷰에서 5·24 대북 제재조치 해제와 관련한 발언을 내놓자 한 차례 '금언령'을 내린바 있다.

■의도적 접근인가

반면 문 특보의 발언이 일종의 '애드벌룬 띄우기식' 접근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북핵의 완전한 폐기를 대화의 전제로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 제재와 대화의 병행이란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공개적으로 타진해봤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과거 노무현정부 시절 '계룡대 발언'을 오버랩하는 시각이 있다.
주한미군 감축과 전시작전권환수와 관련된 얘기로 당시엔 돌출발언으로 여겨졌지만 후에 노 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한 것이란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 문 특보는 이번 워싱턴 방문을 앞두고 "중국의 한국에 대한 사드보복을 미국이 완전히 매듭지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별렀다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남북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을 빨리 뚫어야 한다는 일종의 조급증이 감지된다"면서 "이는 북한에 대해서도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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