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현장르포]강남·홍대·이태원 유흥가서 사라진 '마약풍선'..온라인 직거래로 음성화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9 16:24

수정 2017.06.19 16:24

아산화질소를 채운 '해피벌룬'이 거리에서 사라졌다. 지난 16일 밤 11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는 바람 빠진 풍선 대신 담배꽁초만 흩어져 있었다.
아산화질소를 채운 '해피벌룬'이 거리에서 사라졌다. 지난 16일 밤 11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는 바람 빠진 풍선 대신 담배꽁초만 흩어져 있었다.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해피벌룬'은 지난해 말부터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주점에서 서비스용으로 무료로 배포되다 최근에는 인파가 몰리는 거리에서 노점형태로 판매됐다.


의료용 보조마취제 아산화질소를 채운 '해피벌룬'은 수초간 흡입하면 20초 남짓 정신이 몽롱해지고 절로 웃음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 '마약풍선'이라 불리기도 한다. 서울 이태원, 강남, 홍대 등 유흥가 일대는 주말마다 '풍선하기 위해' 찾아오는 젊은층과 해피풍선 판매상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이제 길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대신 온라인 중고거래사이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1대 1거래 방식으로 음성화되고 있다.

■거리서 사라진 해피벌룬 왜?
지난 16일 밤 11시께, 주말이면 젊은이가 모여드는 이태원 거리에서 해피벌룬을 찾아볼 수 없었다. 라운지바로 가득한 이태원 번화가에서는 풍선을 들고 있는 사람이나 해피벌룬을 판다는 광고물은 보이지 않았다. 전주 해피벌룬을 사고 파는 사람들로 북적였다는 P주점 앞 주차장 부근도 조용했다. 거리에는 공기 빠진 풍선 대신 담배꽁초만 흩어져 있었다.

해피벌룬이 이미 불법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상태였다. 이태원 일대 가게 직원들은 "단속 때문에 안 파는 것 같다"고 말했다. B갈비 식당 직원 박모씨는 "지난주 토요일까지만 해도 밤 11시가 되면 상인들이 거리에 노점을 깔고 해피벌룬을 개당 3000원에 팔았다"며 "주말에는 사람들이 구석에서 풍선을 불곤 했는데 이제 파는 사람도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F바 관계자는 "해피벌룬은 불법"이라며 "해피벌룬이 몸에도 좋지 않다는데 손님에게 그걸 팔면 가게 이미지가 오히려 나빠진다"고 손사래를 쳤다.

강남역 일대도 상황은 비슷했다. 거리에 입간판을 내놓고 판매하던 해피벌룬은 찾기 어려웠다. 한 바텐더는 "지난주까지 강남거리에서 풍선과 함께 캡슐을 파는 입간판 광고를 본 적이 있지만 오늘은 잘 모르겠다"고, P클럽 관계자는 "노점에서 가스통 하나 들고 풍선 1개에 3000원, 2개에 5000원을 받고 팔았는데 사라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룸 형태 술집에서 직접 제조도"
이 같이 해피벌룬이 거리에서 사라진 것은 식품의약품안전처 및 각 구청의 적극적인 움직임 때문이다. 실제 홍대에서 해피벌룬으로 인기몰이를 하던 R호프바는 단속 때문에 해피벌룬 판매를 중단했다. 이곳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판매금지공문을 받았고 얼마 전에는 구청에서 확인방문해 앞으로도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령 개정을 통한 해피벌룬 단속은 8월이 지나야 가능하다. 지난 7일 환경부 및 식약처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아산화질소를 환각물질로 지정하겠다고 밝혔으나 입법예고 후 40여일간 이의제기 및 부처 간 협의, 국무회의 의결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이 해피벌룬이 아직은 법적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허점을 이용, 눈에 띄지 않는 온라인 직거래 등을 통해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SNS 인스타그램을 통해 해피벌룬을 판매하는 한 쇼핑몰 직원은 "현재 (아산화질소)가스 10개와 주입기를 3만원에 판다"며 "강남 서초역에서는 직거래가 가능하고 원하면 퀵으로 서울 전 지역에 배송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국내 최대 인터넷 거래 카페 '중고나라'에는 '휘핑가스, 해피벌룬 팝니다'는 게시글이 지난 16일에만 10개가 올라왔다.
아산화질소 캡슐, 휴대용 주입기까지 온라인을 통해 판매할 경우 소비자들이 직접 해피벌룬 제조 우려가 있다. 강남에서 만난 한 30대는 "이제는 가게에서 팔기보다 손님들이 해피벌룬을 직접 가져와 술과 함께 흡입한다"며 "거리에 해피벌룬이 눈에 띄지 않는 것은 룸 형태의 술집에서 직접 제조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은 법적 근거가 없어 단속에 나서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해피벌룬은 본드, 신나처럼 유해화학물질로, 현재 마약으로 분류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김유아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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