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현장르포] "단속 떴다고요?"… 걸려온 전화 한통에 숨죽인 중개업소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6.12 17:40

수정 2017.06.12 19:10

정부 ‘부동산 투기 합동점검 첫날’ 서울 강남 풍경
재건축 열풍 주도한 개포동 오전 11시부터 대거 문닫고 단속반 지나가기만 기다려.. 대치동 중개업소 30여곳도 3개월 영업정지 긴장 역력 1~2곳 빼곤 모두 자리 정리
정부의 합동단속 첫날인 12일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은마종합상가의 부동산중개업소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30여곳에 달하는 이 상가의 중개업소 중 문을 연 곳은 1~2곳에 불과했다.
정부의 합동단속 첫날인 12일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은마종합상가의 부동산중개업소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30여곳에 달하는 이 상가의 중개업소 중 문을 연 곳은 1~2곳에 불과했다.

상담 중이던 공인중개업소 직원이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를 받았다.

"단속이 떴다고요?" 전화를 끊은 직원이 곧바로 고개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지금 단속이 나와서 문을 닫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정부의 부동산 투기 합동점검 첫날 서울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풍경이다.

■개포.대치동 중개업소 '오늘은 쉬는날'

국토교통부와 지자체가 투기 합동단속에 나선 12일 부동산 가격 급등 진원지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 인근 중개업소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다.

특히 최근 강남 재건축을 주도하고 있는 개포 주공아파트 인근에 줄지어 들어서 있는 중개업소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문을 걸어 잠근 채 숨을 죽인 모습이었다.

이날 영업을 하지 않았다는 한 중개업자는 "(단속 때문에) 오늘은 이 근처 중개업소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없을 것"이라며 "잠잠해지면 다시 연락을 주겠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전 일찍 문을 열었던 중개업소들도 단속 소식에 일제히 문을 닫았다. 이날 오전 10시쯤 대부분 문을 열었던 개포 주공1단지 중개업소들은 단속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들린 11시쯤에는 대부분이 불을 끈 채 주위를 서성이며 단속반이 지나가기만 기다렸다. 소식이 늦은 한 중개업자는 단속이 나온다는 얘기를 듣자 부랴부랴 자리를 정리하는 모습도 보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와 합동 단속을 벌이고 현장에서 필요한 경우 국세청, 경찰의 협조를 받을 수도 있다"면서 "상시적으로 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번 단속은 열흘 정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합동단속은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안 보이는 곳에서 숨바꼭질도

강남의 또 다른 '재건축 랜드마크' 대치동 은마아파트 중개업소들도 일단 소나기는 피해가자는 분위기였다. 어림잡아 30여곳에 달하는 중개업소 중 문을 연 곳을 찾기 힘들 정도로 눈치보기가 극심했다. 다만 단속반의 눈길이 닿기 힘든 곳에 위치한 중개업소 1~2곳은 문을 열었지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불을 끈 채 중개업소를 지키고 있는 중개업자도 있었다.

길 건너 미도아파트 상가의 중개업소들도 비슷한 모습을 연출했다. 상가 전면의 중개업소들은 대부분 이날 영업을 포기한 반면 안쪽에 있는 몇몇 곳은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렸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단속에서 잘못 걸리면 3개월 영업정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할 수밖에 없다"며 말을 아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대해서는 오히려 매매 판단을 서둘러야 할 때라는 시각이다.
규제에 따른 마이너스 요인보다는 호재가 더 크게 작용한다는 식이다. 이 관계자는 "규제 소식에 지난주보다 가격이 1000만원가량 하락했다"면서 "대출 강화나 투기과열지역 지정은 이미 알려져 있는 것이고, 지금은 오르는 지역을 선점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문제가 있으면 영업정지나 자격 등록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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