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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삼성합병 압력' 문형표·홍완선에 징역 7년 구형(종합)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2 20:35

수정 2017.05.22 21:06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61)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61)에게 징역 7년이 구형됐다.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조의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 결심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같이 구형했다.

특검 측은 문 전 장관에 대해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국민 쌈짓돈으로 대기업 총수 일가에 이익을 주고 국정농단에 조력한 아주 중대 범죄"라며 "피고인은 보건복지부 장관, 즉 상급자로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법 상식상 부합하는데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검 측은 홍 전 본부장에 대해서도 "합병이 이뤄지면 공단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합병에 찬성했다"며 "그 결과 공단에 막대한 손해가 발생했으나 범행 전반을 부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 전 장관은 최후 진술에서 "법적으로 제가 당시에 몰랐던 잘못이 있다면 재판부가 판단해주실 것으로 생각하지만, 학자적 양심을 걸고 부끄럽거나 부당한 일을 한 적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그는 "통상 국민연금 의결권 문제는 장관에게 보고되지 않는 일인데, 당시 삼성 합병이 워낙 이슈가 되니 담당 과에서 보고를 했고 그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려 했던 게 전부"라며 "대통령이나 다른 어떤 외부의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여러 마음고생보다 이번 사건으로 국민연금의 배신자가 됐다는 게 저를 정말 힘들게 한다. 30년 동안 국민연금과 함께 살아왔는데 이번 사건으로 제가 하루 아침에 배신자, 위선자가 됐다"고 통탄해했다.

홍 전 본부장도 "저만 그런게 아니라 투자위원 대부분이 (합병 비율에 따른 차이를) 손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재판장님이 깊은 혜량을 갖고 정확한 판결을 내려주길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문 전 장관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2015년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건을 '국민연금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아닌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다루고 찬성하도록 압박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문 전 장관은 그동안 재판 과정에서 "청와대로부터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었다"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박한 사실이 없다"고 혐의를 모두 부인해왔다.

홍 전 본부장도 문 전 장관의 지시에 순응해 불공정 합병 비율로 손해가 명백한 상황에서 투자위를 통해 합병 찬성 결정을 강행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특검 측은 합병으로 인해 국민연금공단이 최소 1387억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두 사람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달 8일 오후 2시에 열린다.

rsunjun@fnnews.com 유선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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