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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서정가제' 11월 종료.. 개선이냐 폐지냐 논란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1 17:36

수정 2017.05.21 22:23

동네서점 아닌 출판사만 이익.. 소비자도 "책값 올랐다" 불만
출판사, 공급가격 인상 매출 감소폭은 차이 없어 지역중소서점 감소 여전
소비자 책 구매비용 8.4%↓ 연평균 독서량도 1권 줄어 응답자 43% 도정제 반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서정가제' 11월 종료.. 개선이냐 폐지냐 논란
#. 지난 2014년 하반기. 세상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으로 떠들썩했다. 소비자들이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차단해 모두가 비싸게 사는 세상이 됐다며 도처에서 원성이 자자했다. 이 와중에 도서유통업계에서도 이와 유사한 규제가 도입됐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으로 도서정가제가 전면 확대된 것이다. 단통법 이슈 때문에 당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책통법'이란 별명을 달게 된 이 규제는 단통법 이상으로 소비자들의 지탄을 받는 문젯거리가 됐다.


올해로 도서정가제 개정 도입 3년이 됐다. 한시법으로 시행된 이 제도는 오는 11월 21일이 되면 계속할지 말지를 새로 정해야 한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면서 단통법 개선 등 그간 시장을 왜곡 킨다는 지적을 받아온 규제에 대한 정비 움직임이 일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책통법도 이참에 개선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책통법은 왜 생겼나

새 도서정가제가 도입된 것은 당시 한창 이슈였던 '골목상권' 살리기와 맥을 같이한다.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의 틈바구니에서 동네서점들이 죽어나니 이를 살리자는 취지가 강했다. 대형사들 사이에서도 오프라인과 온라인서점 간 매출 차이가 벌어지면서 서로 이해관계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결국 어느 서점이든 책값을 똑같이 받도록 하자는 게 책통법의 취지다. 새로운 법은 아니다. 기존에는 발간된지 18개월 미만, 실용서와 참고서는 제외, 최대 할인폭은 19%까지 허용하던 것에서 규제와 대상을 넓힌 것이다. 모든 도서, 발간시기 무관, 할인율은 가격할인 10%, 기타 사은품이나 마일리지도 추가 5%까지만 하도록 한 것. 기준은 출판사가 정한 책의 정가에서다.

당시 이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네티즌들이 이를 발의한 국회의원 홈페이지에 항의한 글들을 보면, 10년 전에 나온 책을 정가대로 사라는건 10년 전 휴대폰을 최신 전화기 가격을 주고 사라는 얘기라는 지적들이 쏟아지기도 했다.

출판업계는 책통법을 지지하고 있다. 최근 치러진 대선 직전에는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작가회의 등 출판.문학.서점.도서관 등 관련단체가 모여 대선후보들에게 도서정가제 강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왜 일까. 사실 도서정가제로 이익을 보는 것은 중소 동네서점이 아니라 출판사들이다. 출판사들은 서점에 책을 공급할 때 판매자의 마진을 뺀 가격으로 준다. 서점들이 보통 책을 할인해서 팔다 보니 정가와 무관하게 대형서점이나 온라인서점에 공급하는 가격은 더 싸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할인율이 고정되면 어떨까. 정가대비 판매가격이 딱 떨어지기 때문에 서점이 책을 얼마나 팔아주느냐에 상관 없이 일정하게 공급가격을 정할 수 있게 된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나랏법이 이러니 어쩔수 없다며 공급가격을 올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가 도서정가제 시행 2년간 변화를 조사한 자료를 발표했는데 지역 중소형 서점은 여전히 감소하고 있다. 2014년 7.2% 감소에서 2015년에는 4.1%로 감소세가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줄어드는 추세는 똑같다. 출판사 매출 감소폭도 1.6% 감소가 1.2% 감소로 사실 별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소비자와 관련된 책값은 올랐다.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신간도서 발행 정가는 2015년 평균 1만7916원에서 작년에는 1만8106원으로 올랐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 결과를 놓고 "의미 있는 변화는 있었지만 소비자 호응 속에 정착하려면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소비자들은 책을 보기 나아졌을까. 통계청이 작년에 발표한 2015년 4.4분기 및 연간 가계 동향을 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 기준 서적 구매비용은 월평균 1만6623원인데, 이는 2014년 1만8154원보다 8.4% 줄어든 수치다. 책값이 올라가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모니터는 2015년부터 도서정가제에 대한 소비자 설문을 추적조사하고 있다. 지난 4월에 발표된 최신판을 보면 지난 2015년 1년 평균 9.6권이던 독서량이 2016~2017년 8.7권으로 줄었다.

도서정가제에 대해 알고 있는 소비자는 2015년 40.7%에서 올해 37.3%로 줄었다. 들어본 적은 있지만 내용을 잘 모르겠다는 소비자는 2015년 52.4%에서 올해 51.7%로 낮아졌다. 시장에서는 점점 잊혀지고 있다는 얘기다.


조사 응답자의 58.9%는 도서정가제 이후 책값이 비싸졌다고 응답했다. 찬반에 대한 설문에는 43.2%가 반대, 찬성은 25.1%에 그쳤다.


트렌드모니터는 설문조사 분석에서 전체 응답자 44%가 책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이는 도서정가제 때문인 것으로 지목했다고 설명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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