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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 Money] 구글 'AI 퍼스트' 야심… 경쟁업체는 긴장

윤정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1 16:24

수정 2017.05.21 16:24

머신러닝 학습시간 줄여주는 차세대 클라우드 TPU 공개
프로세서 자체생산 가능해지며 엔비디아.인텔 '직격탄' 예고
클라우드 경쟁구도에도 영향
구글이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칩인 차세대 클라우드 '텐소 프로세싱 유닛(TPU.Tensor Processing Unit)'을 공개하면서 프로세서 제조업계 뿐 아니라 클라우드 시장에도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연례 개발자회의 'I/O 2017' 기조연설을 통해 '모바일 퍼스트(mobile-first)'에서 'AI 퍼스트(AI-first)'로 컴퓨팅이 새롭게 전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TPU는 구글이 디지털 광고에 의존하는 검색엔진 기업에서 AI 선도 기업이자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구글은 이번 클라우드TPU에 힘입어 AI 개발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를 기대했다. 또 이번 TPU 출시는 대규모 데이터 처리를 위한 프로세서 제조사 인텔, 엔비디아 등을 위협할 전망이다.

구글 기술 인프라 수석 부사장 우르스 헬츨레는 "(TPU는) 기본적으로 머신러닝을 위한 슈퍼컴퓨터"라고 말했다.
머신러닝은 수많은 데이터 중 일정한 패턴 등을 찾아내 학습하면서 기계가 직접 성능을 향상시키는 기술로, 최근 구글의 음성인식, 텍스트 번역 등에 도움을 줬다. 하지만 높은 비용과 긴 처리 시간이 단점으로 지적돼왔다. 차세대 클라우드 TPU를 통해 이같은 문제점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구글은 여전히 인텔, 엔비디아 프로세서도 이용하고 있으나, 점점 자체제품 개발을 통해 연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컴퓨팅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엔비디아.인텔 직격탄 맞을 수도

클라우드 TPU 출시에 기존 프로세서 제조사인 엔비디아와 인텔이 바짝 긴장하게 됐다. 구글 TPU의 데이터 처리 속도가 기존 프로세서에 비해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TPU는 180테라플롭스(1초당 180조 회 연산처리)인데 반해, 엔비디아가 최근 출시한 테슬라V100 GPU는 120테라플롭스(1초당 120조 회 연산처리)에 불과하다. 심지어 구글 TPU는 여러 TPU를 팟(pod)에 연결할 수 있어, 데이터처리 속도는 11.5페타플롭스(1초당 1경1500조 회 연산처리)에 달한다.

구글이 TPU 상용화에 실패해도, 기존 프로세서 제조사는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는 구글이 엔비디아와 인텔의 최대 고객이기 때문이다. 구글이 자체적으로도 프로세서를 생산하는 만큼, 향후 인텔이나 엔비디아로부터 구입할때 가격 협상에서 우위에 설 가능성이 높다. 애널리스트들은 인텔과 엔비디아의 매출액과 수익성이 현재 사상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는데, 구글 클라우드TPU 때문에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공공 클라우드 부문 1, 2위를 달리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AI 기반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엔비디아 제품을 이용하고 있다. 또 구글은 프로세서 판매 경험도 적다. 헬츨레 부사장은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 등장한 만큼, 어느 정도 자리 잡기를 시장이 원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TPU가 엔비디아의 경쟁 제품은 아니라고도 덧붙였다. TPU는 머신러닝에만 집중한 제품인데 반해 엔비디아 제품은 더 일반적인 용도로 사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1위 아마존에 도전장, 승부수는 AI와 유연성

시장조사기관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구글 클라우드 사업은 80% 이상 커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마존 웹서비스(AWS)가 공공 클라우드 시장의 40% 이상을 장악해 시장점유율 1위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그 뒤를 있고 있다.

구글은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할 수 없는 클라우드 TPU를 개발함으로서 AI 역량에 집중했다. 게다가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손잡고 있는 프로세서 제조사들 제품에 비해 처리속도도 빠르다.

그렇다고 구글 클라우드를 이용하기 위해 반드시 구글 TPU를 이용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구글은 클라우드 고객이 원하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저장장치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방식을 내놨다.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를 따라잡으려면 유연성을 갖춰야한다는 전략에서다.


구글이 새로운 TPU로 빠른 시간 내에 많은 데이터를 처리함에 따라 더 정확한 AI 소프트웨어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엔비디아, 인텔과 같은 프로세서 제조사에는 얼마나 큰 직격탄이 될지, 클라우드 시장 경쟁구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jwyoon@fnnews.com 윤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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