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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올해 일몰 앞둔, '책통법'..승자없이 보낸 3년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21 15:11

수정 2017.05.21 15:11


도서정가제 찬반 설문조사
찬성 반대 잘 모름
도서정가제 찬반 25.1% 43.2% 31.7%
(트렌트모니터)

도서정가제 관련 전반적 인식평가
(트렌드모니터)
책값 더 비싸질것 소비자 권리침해 도서정가제로 책 구입 감소 할것 도서정가제로 책 구입 부담 도서정가제가 도서시장 질서 확립에 도움 될 것
68.3% 54.6% 44.0% 52.7% 26.3%
<2016년 이후 독서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세~59세 성인남녀 1000명 대상>

#지난 2014년 하반기. 세상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으로 떠들석했다. 소비자들이 휴대폰을 싸게 살수 있는 방법을 차단해, 모두가 비싸게 사는 세상이 됐다며 도처에서 원성이 자자했다. 이 와중에 도서유통업계에서도 이와 유사한 규제가 도입됐다. 출판문화산업진흥법 개정으로 도서정가제가 전면 확대된 것이다. 단통법에 이슈 때문에 당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책통법'이란 별명을 달게된 이 규제는 단통법 이상으로 소비자들의 지탄을 받는 문제꺼리가 됐다.


올해로 도서정가제 개정 도입 3년이 됐다. 한시법으로 시행된 이 제도는 오는 11월21일에 되면 계속 할지 말지를 새로 정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단통법 개선등 그간 시장을 왜곡 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온 규제에 대한 정비 움직임이 일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책통법도 이 참에 개선하거나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책통법은 왜 생겼나
새 도서정가제가 도입된 것은 당시 한창 이슈였던 '골목상권' 살리기와 맥을 같이 한다. 대형서점과 온라인서점의 틈바구니에서 동네서점들이 죽어나니 이를 살리자는 취지가 강했다. 대형사들 사이에서도 오프라인과 온라인서점간 매출 차이가 벌어지면서 서로 이해 관계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결국 어느 서점이던 책값을 똑같이 받도록 하자는 게 책통법의 취지다. 새로운 법은 아니다. 기존에는 발간된지 18개월 미만, 실용서와 참고서는 제외, 최대 할인폭은 19% 까지 허용하던 것에서 규제와 대상을 넓힌 것이다. 모든 도서, 발간시기 무관, 할인율은 가격할인 10%, 기타 사은품이나 마일리지도 추가 5%까지만하도록 한 것. 기준은 출판사가 정한 책의 정가에서다.

당시 이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네티즌들이 이를 발의한 국회의원 홈페이지에 항의한 글들을 보면, 10년전에 나온 책을 정가대로 사라는건 10년전 핸드폰을 최신 전화기 가격을 주고 사라는 얘기라는 지적들이 쏟아지기도 했다.

출판업계는 책통법을 지지하고 있다. 최근 치러진 대선 직전에는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작가회의 등 출판·문학·서점·도서관 등 관련 단체가 모여 대선 후보들에게 도서정가제 강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왜 일까. 사실 도서정가제로 이익을 보는 것은 중소 동네서점이 아니라 출판사들이다. 출판사들은 서점에 책을 공급할때 판매자의 마진을 뺀 가격으로 준다. 서점들이 보통 책을 할인해서 팔다보니 정가와 무관하게 대형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에 공급하는 가격은 더 싸질수 밖에 없다.

그런데 할인율이 고정되면 어떨까? 정가대비 판매 가격이 딱 떨어지기 때문에 서점이 책을 얼마나 팔아주느냐에 상관 없이 일정하게 공급가격을 정할수 있게 된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나랏법이 이러니 어쩔수 없다며 공급 가격을 올릴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지난해 말 문화관광체육부가 도서정가제 시행 2년간 변화를 조사한 자료를 발표 했는데, 지역 중소형 소점은 여전히 감소하고 있다. 2014년 7.2% 감소에서 2015년에는 4.1%로 감소세가 둔화됐다고는 하지만 줄어드는 추세는 똑같다. 출판사 매출 감소폭도 1.6% 감소가 1.2% 감소로 사실 별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소비자와 관련된 책값은 올랐다.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신간 도서 발행 정가는 2015년 평균 1만7916원에서 작년에는 1만8106원으로 올랐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 결과를 놓고 "의미있는 변화는 있었지만, 소비자 호응속에 정착하려면 보완이 필요 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소비자들은 책을 보기 나아졌을까? 통계청이 작년에 발표한 2015년 4·4분기 및 연간 가계 동향을 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 기준 서적 구매 비용은 월평균 1만6623원인데, 이는 2014년 1만8154원보다 8.4% 줄어든 수치다. 책값이 올라기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모니터는 2015년 부터 도서정가제에 대한 소비자 설문을 추적조사하고 있다. 지난 4월에 발표된 최신판을 보면 지난 2015년 1년 평균 9.6권이던 독서량이 2016~2017년 사이에는 8.7권으로 줄었다.

도서정가에제 대해 알고 있는 소비자는 2015년 40.7%에서 올해 37.3%로 줄었다. 들어본적은 있지만 내용을 잘 모르겠다는 소비자는 2015년 52.4%에서 올해 51.7%로 낮아졌다. 시장에서는 점점 잊혀지고 있다는 얘기다.

조사 응답자의 58.9%는 도서정가제 이후 책값이 비싸졌다고 응답했다. 찬반에 대한 설문에는 43.2%가 반대, 찬성은 25.1%에 그쳤다.
트렌드모니터는 설문조사 분석에서 전체 응답자 44%가 책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줄어들것이라고 응답했으며, 이는 도서정가제 때문으로 지목했다고 설명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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