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Money & Money] 美 ETF시장 트렌드는 저비용·단순화 투자 추세

최승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07 20:06

수정 2017.05.07 20:06

美 로보어드바이저가 골라주는 ETF
유동성.지수 오차 따져야
美 대표기업 웰스프런트 장기수익률 극대화 투자
경쟁사 베리먼트도 VTI 토털마켓지수 추종 ETF
재무설계엔 신중함 필요
[Money & Money] 美 ETF시장 트렌드는 저비용·단순화 투자 추세

[Money & Money] 美 ETF시장 트렌드는 저비용·단순화 투자 추세

로보어드바이저는 팻핑거(Fat Finger·투자주문입력 오류)도,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도 없다.

그래서인지 로봇에게 맡기는 운용자산이 2020년까지 2015년의 26배로 불어나 인간이 굴리는 돈의 22%인 4890억달러(약 554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인간은 자신이 지은 바둑집을 알파고에게 연거푸 내줬듯이 인공지능(AI) 투자자문사에도 영역을 뺏기고 있다.

패시브 투자가 점점 인간의 '감(感)'을 대체하고 있는 지금, 종주국인 미국 로봇이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어떤 게 있을까.

■단순.저렴한 ETF에 투자

로보어드바이저는 영화 '스타워즈'에서처럼 로봇인 R2D2가 모니터를 보면서 주식을 선택하는 게 아니다.

미국 인터넷경제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도 로보어드바이저는 인터넷과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한 복합적인 자산운용이라면서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인간의 감독이 일부 필요하거나 전혀 의지하지 않는 투자 자동화 시스템을 의미한다.


지난달 세계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 대출'까지 시작한 미국 기업 웰스프런트는 거래량이 많아 유동성이 좋을 것, 운용과 중개수수료가 낮을 것을 ETF 선별 주요기준으로 꼽았다. 실제 지수 상승률과 추종 ETF 수익률과의 괴리인 '추적오차(tracking error)' 역시 낮을수록 좋다는 분석이다.

웰스프런트는 자사 포트폴리오가 "장기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주식투자 중심"이라면서 "저비용이며 패시브 투자방식인 ETF로 구성된다"고 설명한다. 이는 점점 저렴하고 단순한 투자상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세계 최대 ETF 아이셰어스의 공급자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소비자가 '지수 추종'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ETF에서 초과수익률을 찾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장 흐름에 맞춰 블랙록은 최대 자산규모를 이용한 ETF 수수료 인하 전략을 취한다는 입장이다.

웰스프런트는 이런 블랙록의 ETF 가격이 '비싸다'는 요지의 글로 지난달 정면 도전한 기업이다. 자사는 더 가격경쟁력이 있는 뱅가드사 ETF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기업에 따르면 블랙록의 아이셰어스 러셀3000 ETF(IWV)는 꾸준히 수수료를 낮춰온 뱅가드사의 뱅가드 토털스톡마켓 ETF(VTI)와 달리 시장점유율을 뺏기기 전까지 17년간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

■로봇의 美 주식 ETF는 VTI

VTI는 뉴욕증시에서 거래가능한 거의 모든 주식을 담은 지수인 CRSP US 토털마켓지수를 추종하는 ETF다. IWV도 미국 시가총액 3000대 종목 시세를 추적하므로 투자대상이 유사하다.

그런데 ETF는 지수 움직임을 100% 복제하지 않고 샘플을 추출해 투자하기 때문에 지수와 펀드 수익률 간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이런 추적오차는 펀드 운용 차원에서는 일종의 '분산(variance)'으로, 투자위험이다.

금융회사 피델리티 집계에 따르면 IWV와 VTI의 지수추적 오차는 8bp(1bp=0.01%포인트)로 같다. 올해 들어 누적수익률도 6.82%로 동일해 포트폴리오 이론에서 말하는 '효율적 경계선'상의 비슷한 지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실마리는 앞서 웰스프런트가 지적했듯 거래량과 수수료다. 수수료인 비용비율은 VTI가 0.04%로 IWV보다 16bp 저렴하다. 유동성을 보여주는 90일 평균거래량도 VTI는 IWV의 9.5배 수준인 235만3418계약이다.

라이벌 기업으로 평가되는 베터먼트가 투자하는 미국 주식 ETF 역시 VTI다.

웰스프런트나 베터먼트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이용하는 단순한 방법은 인터넷으로 투자성향을 묻는 설문조사 등 절차 다음에는 '맡기고 잊어버리기'다. 다만 복잡하지 않은 패시브 투자마저도 돈을 내고 로봇에게 맡겨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결국은 돈을 어떻게 굴릴지에 대한 선택이다. 블레이크로스파이어폭스 프로젝트 공동창업자이자 페이스북 전제품부문 대표는 은퇴 대비로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려면 로보어드바이저 대신 비용비율이 0.17%인 뱅가드 타깃리타이어먼트펀드에 돈을 넣으라고 권한 바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도 사람의 설계인 만큼, 재무설계를 위해서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sdc@fnnews.com 최승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