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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병원 예약부도는 다른 환자 기회 뺏는 행위"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04 16:57

수정 2017.05.05 14:45

병원 노쇼(No-Show)
대학병원 수술의 경우 노쇼땐 다른 수술도 못해
일부 병원 오버부킹하기도.. 비오는 날엔 더 늘어나
노쇼 방지위해 전담반 운영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병원 예약부도는 다른 환자 기회 뺏는 행위"
#. A종합병원 3번 수술방. 평소 바쁘게 돌아가야 할 수술방이 이날은 하루 종일 비어 있다. 유방암 수술을 받기로 한 B씨가 전날 돌연 수술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외과 C전문의는 고난도 수술임을 고려해 당일 모든 수술스케줄을 비워뒀다. 암 제거수술과 유방 재건수술을 동시에 하기 위해 성형외과 전문의에게도 협진을 의뢰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날 수술환자가 밀려 있는 상황에서도 두 명의 전문의를 비롯한 3번 수술방 의료진 모두가 손을 놓고 있다. 다른 수술대기 환자를 앞당겨 수술하고 싶지만 수술 전 검사 등의 절차상의 이유로 대체할 수가 없다.


병원도 예약을 한 후 연락 없이 내원하지 않는 고객인 '노쇼(No-Show)'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대학병원은 환자들이 3~4개월 기다려 진료를 받거나 수술하는 경우가 생기므로 노쇼는 다른 환자의 진료 기회를 뺏는 행위다.

제일병원 외과 고승상 교수는 "수술환자 예약부도는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수술 받기를 원하는 다른 환자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며 "수술 이전에 검사 등을 해야 하므로 노쇼가 발생하면 그 시간에 다른 수술을 하지 못하고 수술방이 비어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예약부도는 수술뿐 아니라 진료, 검사, 입원 등 여러 부분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한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학병원의 외래 진료 노쇼 비율은 7%가량 된다. 개인병원은 더 심각하다.

대한브랜드병원협회 소속 365mc, 고운세상피부과 등 8개 병원 자료에 따르면 노쇼환자 비율은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70%까지 높은 비율을 보였다.

또 의료계에서 유행하는 말 중 '유비무환'이라는 게 있다. 비가 오면 환자가 없다는 얘기로 비가 오는 날에는 노쇼환자가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병원 노쇼, 피해는 다른 환자에게 돌아가

평균적으로 고객 10명이 전화예약을 할 경우 내원하고 의료진에게 진료나 수술을 받는 경우는 대략 3~4명에 달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해당 수치는 매년 증가하고 있고, 노쇼족을 전담관리하는 '미내원 해피콜' 제도를 운영할 정도로 밀착관리를 해도 체감지수는 여전히 줄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제이모피부과 고우석 원장은 "노쇼를 극복하기 위해 병원에서 오버부킹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며 "이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가므로 노쇼를 막기 위해서는 개인이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타 산업분야와 달리 정확한 금액을 환산하기는 어렵지만 매년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한다. 실제 A병원은 2016년 한 해 동안 1만1500건의 노쇼가 발생했다. 피해 규모를 평균 등록금으로 환산하면 100억원대에 이른다.

탈모병원 맥스웰피부과 노윤우 원장은 "탈모환자는 수술시간이 5시간가량 되고 머리카락 분리 등을 위해 의료진 5명이 필요하다"며 "노쇼가 발생하면 그날 반나절은 모두 그냥 대기하게 되므로 피해가 크다"고 설명했다.

365mc 김남철 원장은 "더 큰 문제는 노쇼로 인한 가장 큰 피해는 바로 환자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이라며 "특히 예약부도 시점이 주로 많은 고객이 선호하는 성수기나 주말에 몰리면서 정작 내원이 필요한 고객에게 기회가 돌아가지 않거나 꾸준히 내원해야 하는 진료과목의 경우 예약 자체가 쉽지 않아 고객만족도가 하락한다"고 지적했다.

■병원, 노쇼환자 막을 대책 마련

브랜드병원협회 소속 병원들도 노쇼족들의 예약부도율을 고려, 부도 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100% 예약제 운영 및 예약금 제도 운영, 내원 전날은 물론 내원 30분 전까지 여러 번 안내전화를 통해 방문율을 높이는 데 인력과 시간을 투자한다. 또 노쇼를 감안해 주말이나 주중 골든타임에 한해 예약명단을 추가로 더 받기도 한다. 이 외에도 약속을 잘 지키는 환자에게는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페이백 서비스(payback)'나 부가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도 노쇼환자 발생을 막기 위해 최근 환자에게 발송되는 진료·검사 예약안내 메시지를 카카오 알림톡을 통해 발송하고 있다. 이 기업 메시징 서비스는 진료·검사 예약, 진료·수술 주의사항 등의 문자 발송이 가능하다. 미설치 및 알림톡을 차단한 경우 기존 문자메시지가 발송된다.


대한브랜드병원협회는 올 초 '굿매너 캠페인'을 기획했다. 병원 예약을 하고 꾸준하게 내원하는 경우 예약하고 사정이 생겨 예약을 변경하는 전화를 해오는 경우 모두 굿 매너에 해당된다.
굿매너 VIP로 선정되면 '굿매너 VIP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고, 굿매너 캠페인 가맹점에서 소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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