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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가족찾기] "집과 15분거리 학교 다니던 딸, 17년째 기다려요"

박준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5.01 17:54

수정 2017.05.01 17:54

전남 강진동초등학교 2학년이던 딸 평소보다 일찍 수업 끝났다는데…
기억나면 찾아올까 이사도 안했어요
[잃어버린 가족찾기] "집과 15분거리 학교 다니던 딸, 17년째 기다려요"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던 여자아이가 어느 날 하굣길에 갑자기 사라졌다. 농사를 짓던 부모와 첫째 언니, 둘째 오빠의 사랑을 한몸에 받던 막내딸은 그날 이후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17년이 지났고 막내딸은 26세 숙녀가 됐다. 김성주씨(당시 9세)의 어머니 강모씨는 지금도 집 대문을 열어놓고 오매불망 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1일 경찰청과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김씨는 초등학교 2학년이던 2000년 6월 15일 실종됐다. 전남 강진군 강진읍 교촌리 강진동초등학교에 다니던 김씨는 당시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이었다.


다음날 목포에 있는 해양박물관 견학이 예정돼 있어 평소보다 일찍 수업을 마친 김씨는 오후 2시30분~3시 친구들과 함께 교문을 빠져나왔다. 학교에서 집까지는 불과 15분 정도 거리. 하지만 교문 앞에서 친구들과 헤어진 김씨는 2시간여가 지나도록 집에 오지 않았다.

농사를 짓던 강씨는 농번기여서 일도 바쁘고 딸이 인근 할머니 댁에 잠시 들렀을 것이라고 생각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굣길은 문구점, 각종 상점, 중.고등학교 등이 있는 강진 읍내 번화가여서 길을 잃을 일도 없었다.

강씨는 "성주가 평소 연년생 오빠와 같이 등.하교했다. 수업이 먼저 끝나면 문구점 앞에서 오빠를 기다렸다가 같이 오곤 했는데 그날은 오후 4시30분이 지나도 성주는 안 오고 오빠만 혼자 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오후 6시가 지나도 김씨가 귀가하지 않자 강씨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학교로 달려갔지만 교사들은 모두 퇴근하고 없었다. 동네 곳곳을 다니며 딸을 찾기 시작했다. 경찰에 신고도 하고 읍사무소에서 방송도 했다. 하지만 딸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고 목격자도 없었다. 강씨는 "평소에는 놀다가 논에도 나오는데 그날은 논에도 안 오고 할머니 댁에도 안 들렀다고 해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며 "그때부터 급히 찾기 시작했는데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후 강씨는 딸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전단을 뿌리고 보호시설도 찾아가고 방송 출연도 해봤다. 경찰에서 유전자 검사도 하고 굿도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래도 딸이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놓을 수 없었다. 17년이 지났지만 강씨는 이사도 가지 않은 채 당시 살던 집에서 대문을 열어놓고 딸을 기다리고 있다.


강씨는 "당시 성주가 엄마, 아빠, 할머니 이름은 물론이고 전화번호, 주소도 다 외우고 있었다"며 "언제 돌아올 줄 알고 이사를 가겠나. 이제 성인이 됐으니까 기억 나고 생각 나면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jun@fnnews.com 박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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