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조선·해운 컨트롤타워 부재… 일관성 없는 정책이 위기 키워

김경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23 17:00

수정 2017.04.23 17:00

‘위기의 조선·해운산업’ 진단과 처방
해양수산부 존치-폐지 놓고 지난 정부간 정책 오락가락
차기 정부 근본적 대책 마련 해외 사례 벤치마킹 등 시급
조선·해운 컨트롤타워 부재… 일관성 없는 정책이 위기 키워

#1. "한진해운 부도 시 발생할 대혼란을 정부에 설명했지만 엄살 떠는 것처럼 생각했다." (한국선주협회)
#2. "조선산업이 '빅2' 체제로 가야 하다는 맥킨지컨설팅 결과가 나왔지만 정부는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다."

(조선업계)
조선산업의 '시한폭탄'인 대우조선이 정부의 중재로 채무재조정과 2조9000억원의 신규자금 투입을 통해 '생명'을 연장했지만 향후 국내외에서 '릴레이 소송'에 휘말릴 우려가 커졌다. 청산 위기에 놓였던 대우조선을 지원했던 금융기관 등은 배임소송을 가장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런 대우조선 위기의 근본적 이유는 지난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에서 조선산업 위기의 근본적 이유인 조선산업정책을 수정하고 조선산업이 지속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23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를 존치했다가 폐지하는 일관되지 않은 정책으로 인해 조선해운산업 위기를 부채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양수산부를 이명박정부가 폐지했다가 박근혜정부 들어 부활시키는 등 오락가락하는 해양산업정책이 최근 조선·해운 사태를 키웠다는 것. 이 과정에서 국내 해양산업정책이 10년 후퇴됐다는 평가다. 5년간 폐지된 뒤 박근혜정부에서 부활한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사고에 매달려야 했다.

김영무 선주협회 부회장은 "조선.해운 사태는 해양수산부 폐지가 큰 요인이었다"면서 "국토해양부 시절 해양산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해양수산부가 없었던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조선·해운 산업은 고꾸라졌다.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만명이 조선.해운부문에서 대량 실직했다.

김 부회장은 또 "지난 2009년부터 최근 몇 년 전까지 국내 금융기관이 국내 조선사들의 선박 발주를 위해 지원한 돈이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 등 해외선사로 108억달러나 빠져나갔다"며 "반면 국내 국적선사에 대한 지원은 19억달러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한국 해운사들의 신용등급이 글로벌 해운사에 비해 크게 떨어져 상대적으로 대출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대마불사 vs. 투자금 회수

지난 2월 한진해운 청산이라는 쓴맛을 본 정부는 두달 뒤 회사채 만기도래로 4월 위기설을 맞이한 대우조선을 살리기 위해 금융위원회까지 나서 사채권자인 국민연금 설득에 나서는 등 뒷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엔 대마불사 논란이 제기됐다. 대우조선보다 중소조선사들이 더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지만 정부는 추가 지원에 부정적이다.

중소조선사인 성동조선해양은 지난 2010년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가면서 3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됐지만 2015년 이후 신규 수주가 전무하다. 법정관리 중인 STX조선 역시 신규 수주가 막혀 있다.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남 사천에 있는 SPP조선은 2월 마지막 선박을 발주처에 인도해 사실상 폐업했다.

정부가 하향산업으로 돌아선 조선산업을 살리기 위해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기업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회사를 6개로 쪼개고 신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환골탈태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조선산업 사양화 대비해야

우리가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조선산업은 그 흐름이 중국으로 넘어간 상태다. 노동집약적 산업이라는 점 때문에 가격경쟁력 면에서 한계가 있다. 게다가 중국과의 기술력 격차도 급격히 줄었다.

30여년 전 조선강국이었던 스웨덴 정부는 1980년부터 10년간 약 4조원(340억크로나)의 대규모 공적자금을 조선산업에 투입했지만 결국 회생에 실패했다. 이후 스웨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산업(RESECO)을 수용하고, 덴마크의 코펜하겐과 인접한 말뫼를 잇는 '외레순 대교' 건설에 착수했다.
아울러 미래.친환경산업 투자를 강화해 신재생에너지 기업이 새로 생기고 6만3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우리도 사양화되는 조선산업에 천문학적 공적자금을 투입하기보다는 신규 일자리 창출산업 육성에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대 학내 벤처신화 1호 박희재 교수는 "7조원의 돈으로 차라리 신산업 육성에 쏟아부으면 수많은 훌륭한 기업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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