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18th 서울국제금융포럼] 브렛 킹 "은행, 어떻게 바꿀까 생각마라 완전한 無에서 有 창조하라"

최재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9 19:51

수정 2017.04.19 19:56

기조강연 브렛 킹 모벤 회장·‘뱅크 3.0’저자
은행은 더이상 ‘건물’ 아닌 ‘스마트폰’
영국선 하루 한개씩 은행지점 사라져
금융전문가 대신 기술전문가 영입
AI로 더 똑똑한 금융비서 만들어야
세계적 금융분야 미래학자이자 미국 인터넷은행 모벤(MOVEN)의 창업자인 브렛 킹 회장이 19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8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세계적 금융분야 미래학자이자 미국 인터넷은행 모벤(MOVEN)의 창업자인 브렛 킹 회장이 19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8회 서울국제금융포럼'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처음 원리로 돌아가자(Getting Back to First Principles)." 모벤(MOVEN) 회장이자 '뱅크 3.0'의 저자인 브렛 킹은 19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18회 서울국제금융포럼'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렇게 강조했다. 이 말은 킹 회장이 출간을 앞둔 '뱅크 4.0'의 첫 챕터 제목이기도 하다. 킹은 청중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은행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은행 지점, 보험사, 문서와 신청서를 모두 잊어버리고 다시 은행을 만든다면 1900년대에 처음 은행을 만들었던 것처럼 할 것인가." 그는 '완전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기존 은행을 어떻게 바꾸고, 서비스를 개선할지 고민할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처음부터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킹은 로켓 개발 사례를 예로 들었다.

미국에서 처음 로켓을 만들어 지구 대기권 밖으로 올리는 데 12억달러가 들었다. ㎏당 6000달러를 들여야 궤도로 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십년이 지나는 동안에도 그 제조비용은 절반밖에 줄지 않았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가 스페이스X를 창설하면서 ㎏당 300달러로 90% 절감효과가 발생했다. 기존 기술은 모두 잊고, 기초원리로 돌아가 다시 설계하면서 혁신을 이룰 수 있었다.

킹은 "지금 디지털뱅킹은 기존 영업점을 조금씩 개선하고, 인터넷 웹사이트를 애플리케이션으로, 크레디트카드를 스마트폰으로 넣는 방식으로 기존 기술을 활용하는 행위를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꿔서 은행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전통적인 은행 지점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1990년대 이후 영국에선 매일 은행 지점이 한 개씩 없어지고, 미국에서도 매년 3% 이상의 은행 지점이 사라지는 추세다. 그는 오는 2025년이 되면 세계에서 가장 큰 금융기관은 보험사나 은행이 아니라 기술회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년 내에 사람들은 은행을 '건물'이 아닌 '스마트폰'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며, 은행은 특정한 장소가 아닌 우리의 삶과 행동 속으로 스며드는 '체험'이 되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는 "현재 중국 알리페이의 대주주인 '앤트 파이낸셜'은 이미 도이체방크보다 3배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며 "2025년이 되면 앤트 파이낸셜은 세계에서 자산이 가장 큰 중국공상은행(ICBC)보다 2배 커지는 엄청난 전환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정보에 대한 사고방식에도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여전히 은행 계좌를 개설할 때 신분증 확인이 필요하고, 문서에 서명을 해야 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뒤떨어진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킹은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자동차가 혼자 도로를 통과해 돈을 지불하고, 아마존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알렉사'가 쇼핑을 대신하고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며 "이제 플라스틱 신용카드의 16자리 번호나 우리의 서명은 중요하지 않다. 개인정보는 블록체인이라는 더욱 안전한 네트워크를 통해 전방위로 실시간 공유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사고방식도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영입해야 할 인력 역시 은행원이나 보험전문가가 아닌 기술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AI와 블록체인을 구축해 사람들에게 더 똑똑한 금융비서를 만들어줄 수 있다. 킹은 "50만원짜리 스마트워치가 심박수를 측정해 심장발작 가능성을 미리 알려준다면 미국에서 9만달러에 달하는 심장수술 비용이 들 것을 미리 막을 수 있다"며 "이처럼 AI는 인간보다 데이터를 훨씬 정확하게 분석하고 예측한다.
종이에 서명하는 방식은 비즈니스와 혁신의 속도를 늦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가올 미래는 금융이 아닌 기술이 뛰어난 금융기관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킹은 "이제 대출, 송금, 예.적금에 국한된 전통적인 은행의 역할은 완전히 잊고 앤트 파이낸셜, 텐센트, 모벤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은행을 생각해야 한다"며 "은행들은 AI와 블록체인 같은 기술을 보유하기 위해 테크놀로지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거나 혁신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과의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설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이세경 팀장 김홍재 홍창기 성초롱 박세인 강재웅 박지애 연지안 김유진 기자 최용준 오은성 남건우 김유아 송주용 권승현 최재성 수습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