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Money & Money] '金' 살까, 말까?

강재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6 19:51

수정 2017.04.16 19:51

한반도 위기설에 금값 들썩이는데…
전문가 "헤지 수단… 단기적 접근을"
北 도발.시리아 내전 등 국내외 정세불안으로 안전자산에 관심 쏠려
이달들어 금값 4.18%↑.. 5개월 만에 '최고 수준'
"거래량 증가폭 크지 않고 귀금속 투자 모멘텀 약해"
#.공무원인 41세 L모씨는 최근 밤잠을 설치고 있다. 친구의 권유로 지난해 부터 주식 투자에 나섰는데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주식시장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불안 할 때는 안전자산에 투자해야 한다고 하는데 주식을 팔고 안전자산인 금을 사야 하는지 고심중이다.

#.개인자금을 운용중인 58세 K모 씨는 운용 자금 중 일부를 금ETF(상장지수펀드)로 옮겼다. 미국이 시리아 폭격 이후 다른 나라에 폭격을 가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불안할 때는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최고'라는 것이 K씨의 운용 철학이다.


글로벌 정세가 불안하다. 불안하면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은 바로 금과 같은 안전자산이다. 안전자산에 쏠리면서 관련 상품의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불안할 때는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는 수익률이 아닌 헤지(위험분산)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 가격 5개월내 최고치 '안전자산' 급등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金)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미국의 북한 폭격설과 해외에서는 시리아 내전 등으로 글로벌 정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여기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로존 탈퇴)를 비롯해 유로존의 선거 등으로 올해 금융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예상탓이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시장에서 지난 14일 금은 g당 4만6840원에 거래를 마쳐 이달 들어서만 4.18%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5개월만에 최고 수준이다.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가격 역시 최고치를 기록중이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는 일본 엔화 가치도 작년 11월 이후 5개월 만에 달러당 108엔대로 올라섰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리아와 북한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계속해서 부각되면서 금, 엔화, 미국채 등 안전자산이 대부분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영국 메이 총리와도 대북 압박 강화 필요성에 논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랑스 대선을 앞둔 불확실성도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자극시키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당분간 안전자산 선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전자산 관련 상품도 '인기'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 속 안전자산 관련 상품들의 수익률도 좋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금 등에 투자하는 공모펀드 10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평균 10.56%를 기록했다. 최근 1개월과 3개월 수익률도 각각 8.13%, 6.78%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특히 한국투자KINDEX골드선물레버리지특별자산상장지수펀드(ETF)는 연초 이후 20%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IBK골드마이닝자펀드, 블랙록월드골드자펀드 등도 10%대의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금값 상승세에 금 관련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금 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커졌다. 작년엔 금 관련 펀드(ETF 제외, 9개)에 499억원의 자금이 유입됐으나 연초부터 이달 13일까지 938억원이 유입돼 두 배 가량 자금 유입이 급증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강해지는 가운데 금에 투자하는 펀드가 올 들어 평균 10%대의 수익률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유입된 자금 규모도 지난해의 두 배 수준에 가까웠다.

시리아 등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올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 뿐 아니다. 안전자산중에서도 특히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원금보장형 상품은 전자단기사채(전단채)와 ARS 등 두가지 상품이다. 과거 대표적 안전 투자처로 꼽혔던 MMF, CMA 보다 1%포인트 정도 금리가 높아 신종 안전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헤지 수단 활용 '수익률은 묻지마'

다만 안전자산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여기에 안전자산이 위험자산 수익률을 장기적으로 앞설수 있는 지 여부도 관건이다.

전문가들은 안전자산은 전체 투자 중 헤지(위험 분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며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접근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 보다는 단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금값은 지정학적 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요동쳤다. 또한 브렉시트 등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때마다 반대급부 현상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났을 뿐이다. 그 이후에는 제자리를 찾아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북한 리스크에다 다른 나라 증시 약세 흐름까지 겹쳐 급값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 경기 불안변수로 작용하고 있어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일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금값과 거래량 상승 폭이 크지 않아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훼손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국내 증권사의 한 PB는 "금 ETF 투자 자금은 지난 한 주간(3~10일) 5만온스에 그치며 투자수요가 제한된 모습이었다"며 "귀금속 투자의 모멘텀이 약한 상황에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제외하면 매력적이지 못해 (안전자산 선호) 단기현상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kjw@fnnews.com 강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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