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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통신비 인하'공약

이설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11 17:45

수정 2017.04.1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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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수 없는 '空約'인데.. 표심 얻을 단골 메뉴로 매번 등장
이번 대선서도 '통신요금 인하' 공약 등장
현재 통신비 직접 조정할 수 있는 근거법 없어
"기본료 폐지 공약, 업계 특성 무시 처사" 반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통신비 인하'공약

또 선거철이다. 매번 선거철이면 빠지지 않는 '통신요금 인하' 공약이 이번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지난 2007년 이후 국회의원 선거나 대통령 선거 때마다 '통신요금 인하'는 단골공약으로 등장해 유권자의 표심을 흔들었지만, 정작 정부에 의해 통신요금이 인하되는 일은 없었다.

결정적 이유는 선거를 통해 공직자로 선출된 사람이 정책을 활용해 통신요금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을 아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통신요금 인하' 공약은 실제 지킬 수 없는 공약(空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표를 얻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메뉴로 굳어졌다고 평가한다.

실현도 못할 통신요금 인하 공약은 통신요금에 대한 국민적 불신만 높이고 있다.
통신회사들이 과도하게 비싼 요금을 받고 있다는 불신은 결국 한국 ICT산업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기본료 폐지 등 통신요금 인하 공약 발표

11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는 가계통신비 인하 관련 공약 7개를 내놨다. △기본료 폐지 △단말기 지원금 상한제 폐지 △단말기 가격 분리 공시제 도입 △주파수 경매에 통신비 인하계획 추가 △데이터 이월 등 데이터요금 할인상품 확대 △공공시설 와이파이 의무화 도입 △한.중.일 로밍요금 폐지 추진 등이다.

문재인 후보는 "통계청에 따르면 1가구가 한 달에 12만4500원, 1년에 150만원을 이동통신 요금으로 지출한다"며 "그런데도 이동통신 3사는 지난해 3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폭리를 취하고 있어 가계통신비 인하를 약속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아직 공약을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제4 이동통신 도입, 알뜰폰 활성화 등 간접적인 정책을 통해 통신비 인하를 유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도 빠지지 않는다. 국민의당은 2세대(2G) 및 3세대(3G) 이동전화 요금의 기본료 폐지, 기본데이터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기본데이터 도입의 경우 각 이동통신사의 1만원대 초반 표준요금제에 300~500MB의 기본데이터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바른정당과 정의당은 현재 통신비 인하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정의당은 지난해 시민단체들과 함께 기본료 폐지 등을 추진하는 캠페인을 한 적이 있다.

■실현 가능성 없는 공약(空約)…표심 자극용(?)

통신요금 인하 공약은 지난 2007년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통신요금 20% 인하 공약을 내놓으면서 공론화됐다. 이후 이명박정부는 집권기간 내내 통신요금 인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데 대한 비판에 시달렸다.

현재 전기통신사업법 등 어떤 법률과 정책에도 정부가 통신요금을 직접 조정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특히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3개 민간 통신회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도에서 정부의 요금개입은 시장질서를 해친다는 문제로 국제기구에서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가능성이 없지만 선거철마다 통신요금 인하 공약이 반복해서 나오는 이유는 전 국민이 1개 이상의 휴대폰을 쓰고 있는 추세에 맞춰 표심을 자극할 가장 현실적 방법이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난해 4월 치러진 '4·13 총선'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이동통신 기본료 1만원 폐지 등을 내걸었다. 당시 선거를 20일 앞둔 상황에서 공약 등을 실천을 검토하는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정당공약집을 발간했지만 소요예산과 예산조달방안, 공약가계부가 빠져 있어 희망모음집 수준이고 정책의 내부조율도 안 됐다"며 "더불어민주당은 분당 사태 때문에 정당공약집 준비 인력이 분산돼 공약집 발간이 언제 될지 모른다고 하며, 정의당도 정당공약집에 소요예산과 예산조달방안, 공약가계부가 빠져 있다"고 성명을 낸 바 있다.

■세계 첫 5G 하라고 투자독려-요금인하도 강요…투자비는 어디서?

대선 주자들은 한결같이 우리나라의 경제도약을 위해 4차 산업혁명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목청을 돋우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인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라고 독려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쪽에서는 통신요금을 인하하겠다는 공약도 내놓은 것이다. 5G 투자도 하고 통신요금도 내리라는 정치권의 대책 없는 요구인 셈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 사업은 초기에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는 장치산업으로 이용자 증가에 따라 초기손실을 만회하고 그 수익을 토대로 또다시 새로운 서비스에 투자하는 구조인데, 기본료 폐지 공약은 통신요금 구조 전반의 특성을 도외시한 논리"라며 "5G 투자 등 제반상황에 대한 책임 있는 검토 없이 정치권이 통신요금 인하 공약을 반복하는 것은 한국 ICT산업 전체를 국민들의 공적으로 전락시키는 무책임한 약속"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ronia@fnnews.com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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