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규모 채무탕감 공약' 남발.. 모럴해저드 논란 불보듯

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7.04.02 17:19

수정 2017.04.02 22:13

주요 대선주자 서민금융 공약
文 "203만명 22조6천억" 李 "210만명 탕감" 공약
VS.
금융당국.서민금융진흥원 "약 10만명 채무탕감"
#. 경기도 수원에 사는 임모씨(46)는 대통령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기대에 부풀어 있다. 대선 유력주자들을 비롯해 오는 5월 9일 대통령선거에 뛰어든 대선주자들이 채무탕감 등 서민금융 공약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씨는 막대한 규모의 회수불능채권에 대한 탕감 소식에 자신도 포함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더욱 고무돼 있다.

대선이 가까워오면서 각 당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속속 결정되고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선심성 공약들도 구체화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규모 채무탕감 공약' 남발.. 모럴해저드 논란 불보듯
대선주자와 유권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공약은 무엇일까. 물론 각자의 현재 입장과 처지에 따라 다를수 있겠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 모두를 관통하는건 부채탕감, 이자율 인하 등 서민금융 관련 공약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대상자가 넓고 파급효과도 크기 때문에 역대 대선주자들이 가장 신경을 많이 쓰는 공약도 이 부분이다.


올해는 현직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건으로 대선 기간이 단 2개월에 불과해 공약을 준비할 시간이 짧았던 탓인지 아직까지 구체적인 서민금융 관련 공약을 내놓은 곳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하지만 유력 대선주자들은 가장 먼저 서민금융 공약을 내걸고 표심 공략에 나서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대선주자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다. 민주당의 집권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문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지금까지 1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 후보의 서민금융 공약을 중심으로 실현 가능성과 문제점 등을 따져본다.

우선 문 후보가 최근 발표한 서민금융 공약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약 203만명, 22조6000억원 규모의 채무탕감 공약이다.

대상자와 규모 면에서 많은 유권자들의 귀가 솔깃한 내용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회수 가능성은 없는데 채권은 살아 있으니 채무자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못하고 금융회사는 채권관리비용만 늘어나는 실정"이라며 채무탕감 필요성을 주장했다. 채무탕감 규모는 국민행복기금의 회수불능채권 103만명, 11조6000억원과 떠돌이 장기 연체채권 100만명, 11조원을 합친 것이다.

같은 당 이재명 후보도 국민행복기금의 178만건 우선 채무해소와 채무조정신청자 연 25만명에 대한 채무해소, 100만원 이하 5년 이상 장기금융채무불이행자 7만명에 대한 채무탕감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문제는 이 같은 막대한 채무탕감이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논란 없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점이다.

이 같은 점을 우려해 서민금융진흥원은 이달부터 국민행복기금과 채무조정 약정을 체결한 채무자 중 15년 이상 장기연체자 약 10만명에 대해 최대 90%까지 채무를 탕감해주기로 하면서도 소득과 재산을 파악해 탄력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일정 소득과 재산이 있으면 채무 탕감률을 줄이겠다는 의미다.

문 후보도 도덕적 해이를 우려해 채무감면은 채무자의 연령, 소득, 재산, 지출정보를 면밀히 심사해 실시하고 채무감면 후 미신고 재산이나 소득이 발견되면 채무감면을 무효화하고 즉시 회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서민금융진흥원이 채무탕감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것과 별반 차이가 없다. 결국 채무탕감 기준을 엄격히 적용할 경우 국민행복기금 채무탕감(103만명, 11조6000억원)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채무탕감 대상과 규모가 당초 공약보다 줄어들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물론 대상과 규모가 이달부터 서민금융진흥원이 진행하는 채무탕감자(약 10만명)보다 늘어날 가능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를 위해선 도덕적 해이 논란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또한 현재 이자제한법상 이자제한율 상한선이 25%, 대부업은 27.9%로 돼있는데 이를 일률적으로 20%까지 인하하겠다는 공약도 서민들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이지만 금융업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실현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업체 관계자는 "올 들어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이자율을 낮추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새 정부가 인위적으로 이자율 상한선을 낮출 경우 금융업체 입장에선 대출 상환능력을 고려해 대출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다중채무자나 저신용자들은 사채 등 불법 사금융시장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대부업 법정최고금리를 34.9%에서 27.9%로 낮추자 저신용 대출자가 같은 해 9월 88만명으로 전년 동월(94만명) 대비 6만명 가까이 줄었다.

hjkim@fnnews.com 김홍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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